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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외환은행 매각 서둘러야 하나?

등록 2011-07-05 19:02수정 2011-07-05 19:08

이건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건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지난 1일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 사모펀드 회사 ‘론스타’가 배당금으로 5000억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금 외환은행 매각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론스타가 지난 8년간 배당금과 지분매각 등을 통해 외환은행으로부터 ‘뽑아낸’ 돈은 2조9000억원에 이른다.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매각 결정이 나야 한다는 의견과 론스타의 주가조작 혐의 등에 대해 사법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매각을 결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투기자본 론스타 쫓아내는 게 먼저

시간 늘어질수록 이익은 더 커져
고배당도 법적 문제 삼기 어렵고
주가조작 유죄라도 론스타 피해 적어
금융당국, 하루빨리 결론 내려야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감독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중간배당을 통해 5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챙긴다고 한다. 하나금융과의 인수계약이 여러 가지 곡절을 겪으면서 이미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던 터에 이른바 먹튀 논란에 추가로 불을 붙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론스타가 국내 은행의 경영권을 맡길 만큼 좋은 주주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대주주 적격성의 문제를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그동안 국내에서 벌인 행태 자체가 누가 보더라도 투기자본의 전형이다. 위기를 통해 알짜 은행을 헐값에 사서 곶감 빼먹듯 배당을 챙겨왔고, 세무당국과 큰 분쟁을 일으키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주가조작 사건에도 연루되어 재판이 진행중인 상태이다.

투기자본인 론스타는 이미 외환은행의 배당금과 지분매각으로 2조9000억원을 벌었다. 투자비는 물론 30%에 이르는 순이익을 이미 회수한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 지분매각을 통해 지금까지 회수해간 만큼의 돈을 더 가져갈 수도 있어 보인다. 문제의 심각성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회수할 수 있는 투자이익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 있다. 과도한 배당을 통해 외환은행의 기업가치가 계속 떨어져도 자기자본비율이 규제수준 이하로 하락하지 않는 한 감독당국이 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국내 은행시장의 진입이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는 현실에서 건전성이 다소 하락한다 하더라도 은행업 면허 자체의 프리미엄은 여전히 높게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지분매각에서 론스타가 손실을 볼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더구나 그동안 론스타가 배당을 통해 이익을 회수한 사실 자체를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그동안의 배당 결정 자체를 원천무효로 돌려 이를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자칫 섣부르게 그동안의 배당 자체를 회수하려는 무리수를 두었다가는 국제적인 소송을 통해 나라 전체가 망신을 당하거나 외국 투자자들의 의구심만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가 입증되더라도 론스타가 입을 타격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에 대한 과징금 정도는 물릴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조치라야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아 외환은행 지분에 대한 매각명령을 내리는 정도일 텐데, 이미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론스타로서는 별로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 혹자는 이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못할 테니 큰 손해를 볼 것이고, 따라서 그동안의 괘씸한 행동에 대한 응징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론스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외환은행의 지분을 헐값에 외국 금융회사에 넘기게 된다면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개연성이 더욱 크다. 외국 금융회사가 형식적으로 2∼3년간 외환은행을 경영하다가 국내 금융그룹에 높은 값으로 되팔 경우 또다른 먹튀 논란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론스타가 하루빨리 외환은행에서 손을 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추가적인 국부 유출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동안의 소행이 얄밉고 괘씸하기는 하지만 먹튀 자체가 법적 범죄가 아닌 한 외환은행의 지분매각을 지연시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거의 없다. 2006년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시도가 무산됨으로써 우리는 투기자본인 론스타를 쫓아낼 수 있는 기회를 이미 한번 놓쳤다. 노조나 정부에 대해 지난 일을 놓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지만, 같은 실수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론스타를 투기자본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고,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셈으로 빨리 론스타를 외환은행에서 떠나보내는 것이 국익을 보호하는 길이다. 마땅한 제재 수단도 없이 언제까지나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꽂아놓은 빨대를 방치할 수만은 없다.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의 인수가 됐건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됐건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소수 이익 위해 위법 눈 감을 순 없다

주가조작 유죄가 확정적인
론스타에 대한 의결권 정지가
고액배당 등 국부유출을 막고
금융시장의 질서를 지키는 길

최근 론스타가 고액 배당을 챙긴 것을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환은행을 쭉정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일리가 있다.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부터 불안했던 부분이다. 그런데 그런 문제가 빚어진 것이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터무니없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론스타에 대한 배당 동의권은 하나금융지주에 있다. 지난해 11월 계약에 따르면 그렇다. 따라서 고액 배당은 외환은행 인수에 조급한 하나금융이 저지른 중대 실책이다. 만에 하나 배당에 대한 동의권이 하나금융에 없다면 이는 론스타와의 계약이 실효됐다는 뜻이다. 이 사실은 즉각 공시돼야 한다. 결국 론스타의 부당한 배당과 외환은행 우려먹기를 막는 가장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방안은 신속한 매각 승인이 아니라, 거꾸로 매각 중단이다.

금융당국이 론스타와 하나금융에 매각 승인을 내주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3월 대법원은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5년을 끌어온 재판의 마지막 절차가 지금 진행되고 있다. 론스타의 유죄는 확정적이다. 그 결과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고, 보유지분에 대해서는 매각하라는 명령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게 된다면 론스타는 엄청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유죄판결이 아니더라도, 론스타는 원천적으로 대주주 자격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른바 론스타의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논란이다. 일부 언론이 파헤친 것처럼, 론스타가 일본에서 소유한 골프장만 해도 3조7000억원에 이른다. 산업자본 판정의 기준이 될 2조원을 훨씬 넘는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국회에서는,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가 론스타Ⅳ를 제외한 다른 투자자들을 은폐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다. 그 밖에 2003년 인수의 적법성 논란도 여전하다. 이 중 한 건만 문제가 돼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 권한은 무효가 될 수 있다. 이런 마당에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빨리 승인해야 한다는 것은 희한한 논리다. 외환은행 인수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하나금융과 김승유 회장, 론스타만을 위한 논리다. 그들이 편리해질 수 있다면 법이고 규정이고 따질 게 못 된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반대로 론스타에 대한 의결권 정지가 답이다. 그것만이 외환은행의 성장동력 훼손을 막으면서 금융시장의 법과 원칙을 지킬 방법이다. 론스타의 행태를 보자. 대주주 자격 박탈 가능성이 높은데도 자숙하는 기미가 전혀 없다. 고액 배당을 통해 사실상 투자이익 회수를 거듭하고 있다. 동시에 하나금융과의 계약 연장도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법부와 금융당국의 최종 판단을 사전에 무력화시키려 들고 있다. 외환은행을 농단한 것으로도 모자라, 우리 금융당국마저 농락하고 있다. 유죄가 확정된 론스타의 의결권 정지는 사실 간단한 문제다. 금융당국이 결심만 하면 된다. 그것은 국내 은행법의 취지는 물론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사례 등 국제기준에도 부합한다.

더 해괴한 것은 하나금융 경영진처럼 론스타의 편의를 돕는 이들이, 외환은행의 경쟁력이나 성장동력을 명분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애초 계약을 통해 지난해 배당금의 78%를 론스타에 보장해준 것도 하나금융이다. 인수 능력이 의심스러운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곳간을 헐어 론스타의 요구를 맞춰온 셈이다. 지난 1일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거액을 대출해준 것은 론스타의 편의를 위해 아예 금융당국을 무시하는 행태다. 해외 사모펀드에 대한 1조50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은 금융 역사상 유례가 없을 것이다. 온갖 수단을 총동원한 하나금융의 도움으로, 이날 하루에만 론스타는 약정한 매매 대금의 40%(2조원)를 확보했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금융당국의 승인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왜 소수의 편의를 위해 법과 규정, 심지어는 한 나라의 자존심마저 내팽개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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