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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종이책 대신 디지털 기기로 공부하는 ‘스마트교육’은 바람직한가?

등록 2011-07-01 19:07

이옥화 국가정보화전략위원 충북대 교육학과 교수
이옥화 국가정보화전략위원 충북대 교육학과 교수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2015년부터 초·중·고교에서 종이책 교과서를 없애고 태블릿 피시 등 디지털 기기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학생들은 무거운 책가방을 내려놓고 디지털 교재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까지 너무 컴퓨터에만 몰두하면 인성교육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할 정도로 디지털 교재 전환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교육의 기대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긍정·부정적 견해를 싣는다.

창의력 기르기 위한 스마트교육

스마트교육은 개인의 학습을
유연하게 맞춤형으로 구현하고
집단 지성과 소셜 러닝을 통해
같이 배우는 학습을 중시한다

우리 사회는 창의적 학습 사회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정보기술 발전에 따라 정보 활용 및 처리 역량이 향상되어 개인과 사회의 생산성이 크게 증가했다. 또 인터넷에서의 활동도 달라졌다. 지식의 단순 소비자를 넘어 지식의 공개·공유와 협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프로슈머(참여형 소비자)로 살게 되어 창의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우리 교육에 대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피사(PISA)나 팀스(TIMSS) 등 국제비교평가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피사 연구에서 한국의 학생들은 인터넷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즉 디지털능력(DRA·Digital Reading Assessment)에서 월등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학업성취는 높은 반면 창의적 문제해결력, 학습만족도, 학습흥미도 등에서는 평균 이하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이는 우리 교육이 창의력, 문제해결력, 글로벌 역량, 공동체 의식 등을 갖춘, 21세기에 요구되는 스마트 인재 양성보다는 여전히 대학입시를 위한 주입식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간 과목별로 정해진 교실을 돌아다니며 수업을 듣는 교과교실제 수업이나 선택교과제 등 학생 중심으로 학교정책이 다양화된 것에 비해, 교실 현장의 수업은 더디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스마트교육 정책이 수립되었다. 스마트교육이란 21세기 학습자 역량 강화를 위한 지능형 맞춤학습 체제로, 교육의 환경·내용·방법·평가 등 교육체제를 혁신하는 동력이다. 스마트교육 정책의 내용은 기술 도입보다 정책 변화가 중심이 된다. 스마트교육이란 표준화된 지식이 아니라 개별화된 학습을 지원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장소이다. 개인의 학습을 유연하게 맞춤형으로 구현하고, 집단 지성과 소셜 러닝 등의 방법을 활성화하여 같이 배우는 협력학습을 중시한다. 따라서 체험 중심, 현실에 기반한 문제해결 중심,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내용을 학습할 수 있는 스마트환경이 교수학습 방법으로 사용된다. 이를 위해 디지털 교과서를 보급하고, 이러닝(E-learning)을 정규 수업으로 인정하고, 컴퓨터로 평가를 하는 시스템을 제공하게 된다.

과학기술이 인류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쳤음에도, 기술 발달이 정책에 의해 방해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자동차 기술은 자동차가 마차보다 빠르게 갈 수 없다는 레드플래그법 때문에 미국으로 기술이 이전되어 미국 경제를 부흥시키는 대표 기술이 되었다. 정책적 지원이 없으면 새로운 교육 시장을 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사장될 수도 있다. 스마트교육의 성공은 우리의 또다른 미래 먹을거리가 될 것이다. 핀란드 교육이 피사에서 거둔 성공으로 관광산업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듯이 우리는 스마트교육의 성공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정보통신 강국 이미지와 국제비교평가에서의 우수한 성적(디지털 능력)은 스마트교육을 한국의 브랜드 교육으로 만들 수 있는 호재이다.

수년 전에 만들어진 종이 교과서에는 최신 자료도 부족하고 동영상도 없다. 멋진 사진을 확대해 보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을 할 수도 없다. 이미 스마트기술로 길들여진 학생들에게 이러한 교실 수업은 답답하고 획일적이다. 교사들에게도 그 답답함은 마찬가지이다. 멋진 수업을 하고 싶어도, 매번 그 많은 자료를 무슨 수로 찾아서 수업에 임할 수 있겠는가?

스마트교육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수많은 섬세한 세부사항들이 함께해야 한다. 교사들이 교육적 변화에 동참하고 적극 참여해줄 때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 컴퓨터를 활용한 수업이 컴퓨터게임으로 이어질까 걱정하여 학생들이 컴퓨터를 만지는 것을 극히 꺼리는 학부모들의 이해 없이 이 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 수많은 멀티미디어 자료들의 저작권에 대한 해결 없이 스마트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스마트교육은 있는 자를 위한 교육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기회의 평등으로 종식될 때 스마트교육이 성공할 것이다.


이영탁 참교육연구소 기획실장
이영탁 참교육연구소 기획실장
교실혁명 선행 없인 부작용만 클 것

인터넷의 상업적 공간에 내몰고
또 사교육 경쟁을 부를 것이다
미래 역량인 개성·창의성 기를
학습환경부터 마련돼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계획에 따르면 상상 속의 미래학교가 2015년이면 이루어진다.

종이책 교과서도 사라지고, 선생님 없이도 인터넷만 연결되는 공간이면 어디서나 학습이 가능하고, 평가 시스템도 달라져 전국적인 일제고사나 학교시험도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3차원(3D) 입체영상 체험까지 하면서 현실과 가상공간이라는 학생들의 학습공간이 마련되어 스마트한 교육이 완성되는 것이다. 사교육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이주호 장관의 말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정보통신기술과 삼성·엘지(LG)·케이티(KT)의 다양한 첨단기기를 이용하면 획일적인 입시교육에서 탈피해 지능형 맞춤수업 체제가 일반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사회에서는 학교가 아예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 학자들도 있으니, 학생들이 세계 1위의 디지털 읽기 소양능력을 가진 한국 사회에서 가능할 수도 있는 청사진이다.

정말 그럴까? 2015년까지 총 2조2280억원을 투자하여 스마트교육을 완성하면 학교 현장에서 교실혁명이 일어날 수 있을까?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교육정보화 사업과 컴퓨터, 교단선진화 기기 등 인프라 관련 사업에 투자한 돈이 총 6조7659억원이지만 학생들은 학습흥미·자신감·동기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이고 사회·국가에 대한 인식은 최하위 수준인 게 현실이다. 최근 교과교실제로 전자칠판, 전자(CD)교과서까지 등장했지만 사용하는 교사는 많지 않다. 오히려 학생 참여형 프로젝트수업, 토론수업, 오감활동을 통한 표현수업으로 ‘잠자는 학생’들에게 호기심과 배움의 즐거움을 주며, 수업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는 참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스마트교육은 인터넷의 상업적 공간에 학생들을 줄세우기 할 게 뻔하다. 그 하나는 대부분의 아동·청소년을 인터넷 중독으로 내몰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2010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이 9명 중 1명꼴이고, 저학년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고위험군도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등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매년 2~3배씩 증가하고 있다. 이제 시공간을 초월하여 아동·청소년들이 합법적으로 공부와 시험이라는 미명하에 정보기술(IT) 기기의 노예가 되고, 게임이나 음란물, 사이버폭력에 교사와 부모의 눈을 피해 노출되는 범위도 확대될 것이다.

둘째는 매년 저소득층에 컴퓨터와 인터넷 통신비를 지원해왔다고 하지만, 돈이 없어서 스마트교육에서 소외되는 계층도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에 따르면 개인용 컴퓨터(PC) 보유율이 장애인 71.2%, 저소득층 64.7%, 농어민 58.7% 등으로 나타났다. 사회계층 간에 정보격차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아빠 스마트폰으로도 공부가 가능한 스마트교육이 아니라,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없는 교실 환경의 혁신적 개선이 먼저다. 전교생이 1800명, 학급당 학생 수가 40여명에 이르는 대도시의 과밀·거대학교에서 창의성과 협동심, 바람직한 인성을 배우는 것은 한계에 부닥쳐 있다. 스마트한 교실혁명도 불가능한 환경이다. 지난 교육정보화 사업처럼 각종 스마트기반 기기의 활용보다 수리·보관·유지의 어려움 또는 도난·분실 염려로 학생 접근을 통제하는,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학교에 오지 않고 올빼미가 되어 컴퓨터와 생활하는 아동·청소년이 많아질지도 모른다. 학교 현장은 국내의 이런 시장을 확대하려는 정보기술업체나 사교육산업, 스마트교육산업의 경쟁 장소로 오염될 것이다. 스마트기기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참다운 배움과 돌봄, 책임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학교운영 시스템과 학습생태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미래의 핵심 역량은 단순히 웹페이지에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적용하는 능력만이 아니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은 토론 활동, 문화·예술·체육 활동, 영성 훈련, 노작 활동, 민주주의 교육 등을 통해 개개인의 독특한 색깔을 지닌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 것이다. 미래학교는 창의성과 인성, 사회성, 생태적 감수성을 지닌 학생들이 즐겁게 어울리는 생활공동체 학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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