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문 서울지방경찰청 정보6계장·경정
경찰이 ‘반값 등록금 조속 시행’을 주장하는 전국등록금네트워크(등록금넷)와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의 국민 촛불집회 신고에 ‘금지 통고’를 했다. 시민단체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강행 의지를 밝혔고, 경찰은 ‘공공질서 유지’ 차원에서 엄중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논쟁의 당사자인 경찰과 등록금넷의 견해, 그리고 법학자의 의견을 들어본다.
왜 금지가 불가피한 장소를 택하나
경찰은 기본적으로 집회의 자유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적극 보장하고 있습니다. 집회 금지 통고는 집회의 권리 보장과 공공질서 유지의 적절한 조화를 위한 것으로서, 헌법 37조 2항 ‘질서유지를 위한 기본권 제한’ 조항을 근거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 의거해 법과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등록금넷’ 명의의 집회신고 장소는 도심권 대로상으로서, 대부분 행진로가 집시법에서 교통소통을 위한 집회·시위 제한이 가능한 ‘주요도로’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또한 청와대 분수대까지 행진을 요구한 것은 집시법상 옥외집회·시위 금지 장소에 해당하여 금지를 통고한 것입니다.
집회가 가능한 장소에서 합법 집회를 개최하도록 집회 신고 단계에서 여러 차례 합법 촉진 활동을 하였음에도 굳이 금지가 불가피한 장소에 집회신고한 후 경찰이 법규에 따라 금지 통고를 하면 집회 신고제를 허가제로 운용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경찰은 ‘합법 촉진 불법 필벌’이라는 집회·시위 관리 기조에 따라 합법적으로 집회신고 후 집회를 하도록 노력하고 있고, 신고서가 접수되면 신고 수리를 한 후 집시법상 금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금지 통고를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대학생 등록금 문제 해결을 주장하기 위한 합법적인 집회는 항상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무리 정당한 목적이라도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데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5월29일부터 6월7일에 이르는 동안 집회 도중에 도로에 진출하는 등 불법의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으며, 야간 도심지 도로점거 불법시위는 많은 국민들에게 불편과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등록금 문제가 제도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합법 집회의 방식으로 돌아와 대학생들의 순수한 목소리가 거리투쟁으로 퇴색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필자의 의견에 따라 사진을 싣지 않습니다.
초헌법적인 사실상의 집회‘금지제’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많이 늦었지만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작금 한나라당이 말하는 반값 등록금 대책은 그저 저소득층 장학금 확대 정책에 불과하다. 이에 대학생들이 등록금 운동 과정에서 연행된 동료 석방과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주창하며 촛불집회에 나섰고,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국민 촛불’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엠비정권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전면적으로 탄압하기로 마음을 먹은 모양이다. 정책을 잘 못하면 겸손하게 이야기라도 잘 듣는 게 정부의 도리 아닐까. 엠비정권이 등록금넷과 한대련이 제출한 5곳의 국민 촛불집회 신고를 모두 금지 통고했다. 대학생 촛불집회가 국민 촛불집회로 확대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초헌법적 조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독재정권의 수법이다. 지난 4·2 반값 등록금 국민대회 때도 엠비정권과 경찰은 3차례나 집회 금지 통고를 해왔다가 국민적 비난 여론이 일자 네번 만에 겨우 집회를 허용한다고 통보해왔다. 많은 이들이 엠비정권이 집회를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사실 엠비정권은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금지제’로 일관하고 있다.
대학생들과 국민들의 요구는 아주 단순명료하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고통이 너무 극심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삼았던 반값 등록금을 제대로 시행하라는 것이다. 여당의 입으로도 등록금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이 크고, 이를 위해 반값 등록금 정책 재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히지 않았던가.
국민들은 단지 그들이 추진하는 정책이 너무나 문제가 많기에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결국 우리 국민들의 힘으로 집회·표현의 자유도 지켜내고, 꼭 필요한 민생대책과 보편적 복지정책도 실현해나갔으면 한다. 6월10일 국민 촛불 행사에서 모두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5월29일부터 6월7일에 이르는 동안 집회 도중에 도로에 진출하는 등 불법의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으며, 야간 도심지 도로점거 불법시위는 많은 국민들에게 불편과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등록금 문제가 제도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합법 집회의 방식으로 돌아와 대학생들의 순수한 목소리가 거리투쟁으로 퇴색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필자의 의견에 따라 사진을 싣지 않습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 등록금넷 정책담당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