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논쟁] 반값 등록금, 각 당의 생각은?
최근 정치권에서 ‘반값 등록금’ 논쟁이 불붙고 있다. 특히 김성식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이 “B학점 이상 학생에게만 지원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여야가 등록금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한 6월 국회를 앞두고, 반값 등록금 정책의 방향과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한나라당·민주당·민주노동당의 견해를 들어본다.
민주화되지 않은 정치권력의 특징 중 하나가 국가 예산 집행을 ‘베풀기 사업’쯤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최근 말하고 있는 대학 장학금 정책의 모습을 보면 봉건적 사고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 용돈 주듯이 국가장학 정책을 구상하는 모습이 딱 그러하다.
대한민국의 ‘등록금 애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학교육에 국가재정의 투입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으로 보면, 대학교육비의 69%를 국가재정으로 댄다. 반면 한국은 21%만 국가가 부담하고 79% 이상을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다. 국가가 자신의 책임을 방기했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가 등록금 참사의 본질이다. 고등교육 재정을 대폭 늘려야 하고, 재정 마련과 투입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의 입에서 나온 첫 일성이 ‘공부 못하면 돈 안 주겠다’는 것이다. 학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학생들의 ‘스펙’이 달라지는 것이 오늘 대학의 현실이다. 학자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점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학생도 많을 것이다. 이런저런 사정도 따지지 않고 학점이 낮으면 장학금을 안 주겠다는 것은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학생들을 배제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경쟁에서 밀린 학생들에게 생활고를 더하고, 그로 인한 ‘비극’을 방조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장학금 혜택마저 못 주겠다며 학생을 사지로 모는 것, 문명사회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등록금 애사의 본질은 등록금 액수가 너무 높다는 데 있다. 정부·여당은 적극적인 정부재정 투입을 통해 등록금 고지서의 액수 자체를 반값으로 낮춰야 한다. 정부·여당은 이제 ‘장학금 정책’이 아닌 근본적 해결을 위한 ‘등록금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고등교육교부금법 도입을 중심으로 한 ‘정부책임등록금제’ 5대 법안을 5월31일 제시했다. 등록금 경감 예산 6조원을 비롯해 매년 10조원 안팎의 재정을 고등교육에 투입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반값 등록금 실현뿐만 아니라 시간강사 문제 해결,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이뤄내자는 것이다. 지난해 4대강 예산에 쏟아부은 22조원의 절반만 투자해도, 고등교육 전반의 문제를 해결할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등록금 문제는 예산이 아닌 정부의 의지 문제라는 것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책값은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대한민국 부모들은 믿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그 마음의 절반이라도 따르고 있는지, 이번 6월 국회 등록금 정책의 향배를 보면 확인될 것이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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