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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언론의 무차별적 인용 보도가 문제 / 고은태

등록 2011-05-27 20:51

고은태 중부대 건축디자인학과 교수
고은태 중부대 건축디자인학과 교수
트위터 발언은 사적 영역인가, 공적 영역인가?

송지선 아나운서의 자살을 계기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양면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극히 사적인 발언이 매체를 넘나들며 확대재생산되면서 발언자의 사생활과 인격이 침해받고 있다. 트위터·페이스북 등에 올린 글은 사적 영역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것인지, 공적 공간이므로 발언에 따른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 다양한 견해를 들어본다.

중동·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시위에서부터 홍익대 청소노동자를 돕는 시민들의 참여에 이르기까지, 트위터는 사회적 의제들을 제기하고 확산시키며 실천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트위터에 유통되는 내용의 대부분은 극히 개인적인 일상과 감정, 고백들이다. 개방된 공간이자 사적인 공간인 트위터는 실명과 익명, 사회적 발언과 개인적 대화, 독백이 뒤섞여 있는 곳이고 이것이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트위터의 매력이기도 하다.

물론 트위터의 혼재적 성격은 블로그나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새로운 매체들의 출현으로 형성된 이런 제3의 공간에서는, 하나의 발언을 방식과 통로, 발언자에 따라 공적 발언과 사적 발언으로 나누는 기존의 방식은 더이상 적용하기 힘들게 되었다. ‘공개되었지만 사적인 발언’이라는 특이한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사회는 아직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만나는 부분에 대한 전반적인 합의가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적 영역의 사유화, 사적 영역의 공유화가 때로는 상당히 부정적인 방식으로 일어나고 상당한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사이의 애매한 지대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인용에 대해서도 당연히 우리 사회에는 아직 합의된 규칙이 없다. 특히 트위터의 경우 140자의 제한을 가지는 특성상, 많은 이야기들이 앞뒤 문맥에서 잘려나간 채 다른 공간이나 매체에 옮겨질 경우 개인의 사적 발언이 사회적으로 증폭·왜곡되어 상당한 갈등과 발언자에 대한 치명적인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언론의 보도이다. 언론의 트위터 인용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실 속에서, 그냥 원래의 공간에 머물렀으면 문제가 크게 없었을 글이 엄청나게 확대증폭되는 것이다. 맥락에서 떨어져나온 140자의 글은 다른 매체, 특히 공적 영역인 언론에 의해 인용될 경우 내용 자체가 달라지거나 오해의 여지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트위터를 비롯한 새로운 매체에서의 발언을 인용하거나 다른 매체로 옮길 때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트위터란 개인 주택의 앞마당과 같은 곳이다.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도 어디까지나 사적 공간인 그곳은 집주인이 일군 고유한 생태계이다. 트위터 사용자가 자기소개 등을 통해 스스로 설정해놓은 트위트의 성격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며, 개별 발언의 경우 발화자의 성격, 해당 발언의 앞뒤 맥락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인용하는 매체가 달라질 경우 발언자에게 직접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다.

고은태 중부대 건축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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