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즉석사진이 가능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세상에 처음 내놓아 카메라 시장에 혁신을 일으켰던 미국의 폴라로이드주식회사가 음향기기와 스마트폰 주변기기 제조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폴라로이드사 제품이 소비자와 처음 대면하는 패키지 디자인을 맡은 이가 한국인 디자이너 김문정씨(25)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뉴욕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패키징 디자인을 전공한 김씨는 뉴욕에서 패키징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1966년 폴라로이드 저가 시리즈인 ‘스윙어’를 출시해 7백만대를 팔 정도로 시장을 주도했던 폴라로이드사는 2008년 2월 즉석 필름 생산을 중단했다. 이로써 즉석사진 카메라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폴라로이드’는 마침표를 찍었고, 기업의 생존을 위한 변신이 진행중이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 헤드폰, 이어폰, 스피커 등의 패키지 디자인을 맡은 김씨는 폴라로이드의 전통적 강점을 되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유쾌함, 재미, 친근함, 즐거움 등으로 다가섰던 브랜드 이미지를 디자인에 구현하고 있다. 먼저 검정색을 바탕색으로 쓰고 있던 상자의 색상을 바꿨다. 즐거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무지개색의 제품색과 패키지 색상을 일치시켰다. 또 폴라로이드 즉석사진하면 떠오르는 정사각형으로 상자을 디자인했다. 또 관련 제품들을 패밀리 컨셉으로 묶어 연관성을 강조했다. 메이시스와 같은 대형 백화점은 물론 홈쇼핑과 대형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 제품들은 패키지 디자인 변화 뒤 상당한 폭으로 매출이 오르고 있다.
젊은 나이에 폴라로이드 제품의 ‘할리데이 2017 스페셜에디션 프로젝트팀’을 이끌고 있는 김씨는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브랜드의 매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방법을 한정된 예산과 시간에 맞춰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야근이 잦은 것은 물론이고, 디자이너의 작은 실수가 인쇄와 포장 단계에서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 지었다. 하지만 “소비자와 구매자의 반응이 좋게 나타날 때, 이를 모두 잊게 된다.”며 밝게 웃었다. 70년 전통의 글로벌 기업 폴라로이드의 재도약에, 20대 한국 신예 디자이너의 솜씨가 어떤 조화를 빚어낼지 주목하게 된다. 이정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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