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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의 전쟁, 공군까지 동원해 ‘쥐 폭탄’ 투하

등록 2011-01-04 11:26수정 2011-01-04 11:33

물바람숲
괌 미군기지에 호주 외래종 갈색나무뱀 무법천지
길이 2.3m, 무게 2㎏으로 나무 위에서 살며 포식

 미군기지가 있는 서태평양의 섬에서 수십 년째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 야생동물국과 외래종인 갈색나무뱀 사이의 전쟁이 그것이다.

 애초 오스트레일리아의 북부와 동부 해안과 파푸아뉴기니, 그리고 주변 섬에 서식하던 이 뱀은 1950년대의 어느 시점에 파푸아뉴기니에서 괌으로 옮겨졌다. 괌의 미군기지에는 화물비행기가 빈번하게 드나들기 때문에 군사시설 이동과 함께 이 뱀이 침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외래종은 신천지에서 종종 폭군으로 돌변한다. 천적이 없을 뿐더러 미처 피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먹이에 새로운 포식자로 군림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들어 이 섬의 고유종이던 새들의 상당수가 갑자기 사라졌다. 1980년대엔 갈색나무뱀의 개체수가 부쩍 늘어 가정집의 강아지나 새장 속 새가 습격당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밀도는 ㏊당 50~100마리로 치솟았다. 다 자라면 길이 2.3m, 무게 2㎏에 이르는 이 외래 파충류는 섬의 주인 행세를 하게 된 것이다.

 생태계 피해만이 아니었다. 이 뱀은 전선을 따라가며 먹이를 찾는 습성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단락을 일으켜 정전사태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사흘에 한번 꼴로 일어난다. 갈색나무뱀으로 인한 직접 피해만도 연간 100만~4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미 농무부는 추산한다.

 이 뱀을 퇴치하기 위해 그동안 미국 정부는 덫, 탐색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야행성이자 나무 위에서 사는 이 뱀을 없애는 데 실패했다.

 마침내 야생동물국은 ‘공군력’을 동원하는 비장의 카드를 빼들었다. 죽은 쥐를 종이 판에 부착해 정글의 나무 위에 뿌리는 계획이다.

 쥐에 삽입한 ‘독약’은 아세트아미노펜인데, 감기약 타이레놀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이 뱀은 어린이가 먹는 타이레놀 성분의 4분의 1만 섭취해도 헤모글로빈의 산소 전달 능력에 교란을 일으켜 60시간 안에 죽게 된다.

 갈색나무뱀은 잡식성이다. 쥐, 도마뱀, 새 등을 가리지 않고 먹으며 자기가 사냥하지 않은 죽은 쥐, 닭뼈 등도 먹어치운다. ‘쥐 폭탄’은 이런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약을 주입한 냉동 쥐를 골판지에 붙인 뒤 또 다른 골판지 사이에 기다란 종이 띠로 연결해 공중에서 떨어뜨리면, 대개 밀림의 나무 위에 걸치게 된다.

 미 야생동물국은 지난해 9월 시험적으로 약 200개의 ‘쥐 폭탄’을 투하했다. 효과를 검토해 올해에는 섬 전체에 살포할 예정이다.

 야생동물국은 여러 해 전부터 이 방법의 부작용을 연구해 왔다. 까마귀 등 야생동물이나 개 등이 죽은 쥐를 먹었을 때 빚어질 결과 등을 검토한 결과 “이득에 견줘 부작용은 최소한에 그친다”는 결론을 얻었다.

 물론 이 방법의 한계는 갈색나무뱀을 박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더라도 개체수를 효과적으로 억제해 피해를 줄이고 나아가 군용기를 통해 하와이 등 다른 섬으로 뱀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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