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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조영래들’의 두 번째 꿈

등록 2011-12-26 16:46

» 사법연수원 41기 인권법학회가 주축이 된 공익펀드 사업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 배의철(오른쪽에서 넷째)씨 등의 제안에 무려 503명이 동참했다. 인권법학회 제공
» 사법연수원 41기 인권법학회가 주축이 된 공익펀드 사업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 배의철(오른쪽에서 넷째)씨 등의 제안에 무려 503명이 동참했다. 인권법학회 제공
한겨레21
[초점] >‘사법연수원 공익펀드’에 503명 기부 약정에 동참, 3억6100만원 모아… “민간 차원 넘어 공익법률재단 등 창설 추진할 것”

‘어린 조영래들’은 외롭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법 활동을 확대해야 한다는 고민이 지난 10월 사법연수원에서 나왔다(882호 사람과 사회 ‘어린 조영래들의 아름다운 열병’ 참조). 41기 연수원생 가운데 마음 맞는 몇 명이 먼저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503명이 그 손을 잡았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식과 열정

41기 사법연수원생 503명이 ‘사법연수원 공익펀드’ 기부 약정에 동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약정 금액은 월 1003만원으로 기부 기간이 최소 3년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모인 기금은 약 3억6100만원에 이른다. 공익펀드는 전업 공익변호사를 하려는 동기를 위해 다른 41기 동기들이 매월 조금씩 활동비를 갹출해 지원하자는 목적을 갖고 있다.

시작은 작은 한 걸음이었다. 기독교를 믿는 연수원생들의 모임인 41기 사법연수원 ‘신우회’ 회원 12명이 공익변호사 기금을 조성하자고 결정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 활동을 고민하던 동료들이 신우회의 손을 잡았다. 35명의 인권법학회 회원들이다. 그들은 같은 꿈을 꿨다. 서울 망원동 수재민의 집단소송을 돕고, 5공 시절 경기도 부천서 성고문 사건 피해자를 변론했던 고 조영래 변호사처럼, 법률가의 지식과 열정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 11월1일 인권법학회와 신우회의 회원 111명이 공동으로 사법연수원 전체를 상대로 공익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연수원 안에 책상을 놓고 서명을 받았다. 공부가 끝난 밤, 모여 홍보 브로슈어 문구를 작성했다. 공익펀드에 동참해달라는 피켓을 들고 연수원을 걸어다녔다. 연수원·로스쿨을 합쳐 2012년 2500여 명의 신규 법조인이 배출된다. 법조인 취업난 기사가 자주 보도된다. 무한경쟁 법률시장 시대에 더 좋은 로펌에 들어가는 것만 고민하기에도 열정과 에너지가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예비 법조인에게 이들의 활동은 백일몽으로 보였을 게다. 인권법학회와 신우회 소속 연수원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선배 법조인들도 힘을 실어줬다. 김이수 사법연수원장이 공익펀드 기부에 동참했다. 김이수 원장은 “법의 보호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위한 좋은 취지가 연수원생 모두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법연수원 교수 2명도 기부 약정에 서명했다. 기부에 동참한 어린 조영래들의 수는 503명으로 늘었다.

공익법 활동과 관련해 아름다운재단 소속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이 널리 알려져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 등 일반 로펌에서도 공익법 활동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법연수원 공익펀드 집행위원회의 꿈은 더 먼 곳을 향한다. 집행위원장 배의철(41기)씨는 “이제는 법조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독자적·독립적 공익변호사 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법률재단이나 공익법률기금을 창설할 때”라고 밝혔다. 비영리 민간단체의 틀을 넘어 공익법 활동이 깊고 넓어져야 한다는 취지다.

공익법 활동 안정적 지원책 마련해야

배의철씨는 “법조계 전체가 공익, 인권활동의 안정적 재정 기반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며 “내년에는 공익법률기금이나 공익법률재단의 창설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했다. ‘연수원 41기→42기→선배 변호사→법조계 전체’로 기금 모집을 확대할 계획도 세웠다. 어린 조영래들이 더 많으리라고 배의철씨는 믿고 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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