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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규제’ 사이, 인터넷은 몸살 중

등록 2011-07-25 09:28

2010년 9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인터넷 자유 2010‘ 컨퍼런스 모습.
2010년 9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인터넷 자유 2010‘ 컨퍼런스 모습.
이코노미 인사이트
구본권 <한겨레> 경제부 기자

국경 넘는 클라우드 속성과 국경 내 정보 통제 강화 움직임 간 긴장 높아져

지난 6월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가 ‘아이클라우드’(iCloud)를 소개한 이후, 정보기술(IT) 세계에 클라우드 열풍이 불고 있다. 클라우드는 개인이 소유한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서비스 접속용으로 쓰고, 주된 기능은 서비스 업체의 방대한 컴퓨팅 자원을 활용한다. 아마존·구글에 이어 애플이 가세하면서 클라우드는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클라우드는 다른 유틸리티 서비스와 유사하다. 배전망과 상수도 시설이 갖춰진 도시 생활에서 개인마다 발전기를 보유하고 우물을 파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러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에서 제시한 대로, 정보 생활이 소유에서 접속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정보 생활은 ‘소유’에서 ‘접속’으로 전환 중

클라우드 서비스는 국민이 국경 밖에 정보를 두고 이용하도록 함으로써,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국가기관과의 충돌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데이터 로밍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웹에 접속하는 세상에서, 특정 국가에서 검열이 수용되면 다른 데서도 검열 방벽이 무너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인터넷자유담당 이사 로버트 게라는 “이란이나 중국에서 일어난 유튜브·트위터 차단 등이 특정 국가에서의 ‘통제1.0’이라면, 국경을 넘어 모바일로 인터넷을 쓰는 환경에 대한 통제 시도는 ‘통제2.0’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은 국가와 공동체의 규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해방 공간인가, 정교하고 폭압적 수단으로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인가? 이에 대한 주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유튜브 같은 동영상 공유 서비스가 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화 시위를 촉발하고, 유명인의 사생활을 전세계에 순식간에 전파해 폭발적 여론을 만들어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처럼 인터넷 접속 자체를 통제하는 국가도 있고, 중국처럼 광범한 인터넷 사용을 허용하면서 정교하게 특정 콘텐츠를 검열·삭제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는 ‘인터넷과 자유’를 주제로 국제 콘퍼런스가 열렸다. 조지 소로스가 후원자인 유럽중앙대학과 구글이 공동 주최한 행사로, 전세계 정보인권단체 활동가와 학자, 정책 입안자 400여 명을 불러모아 3일간 진행됐다. 중국에 진출한 구글이 지메일 해킹 등으로 마찰을 빚은 끝에 중국에서 철수한 것과 관련해,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를 국제적 이슈로 만들기 위한 행사였다.

데이비드 드러먼드 구글 수석부사장 겸 최고 법률책임자는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자유로운 또는 억압된) 인터넷의 미래로 가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기업·정부·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인터넷 이용에 점점 더 제약이 가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2002년 4개국에 지나지 않던 인터넷 검열 국가가 지난해 40여 개국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최근엔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통해 국가 단위의 통제를 넘어서는 글로벌 서비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인터넷의 영향력이 점점 커져나간다는 게 새로운 변수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제국가들만이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를 차단하는 게 아니다. 인터넷 사용률이 높은 선진국에서도 인터넷 통제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5월24~25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에릭 슈밋,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저스 등 저명한 인터넷 기업가 수백 명이 참석한 가운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e-G8 포럼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정부는 인터넷을 감시하고 디지털 세계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국제적 인터넷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참석한 기업가들은 물론 미국과 영국 등의 반발로 사르코지의 주장은 결실을 거두지 못했지만, 선진국이 인터넷을 통제하려 한 점에서 의미 있다.

프랑스만이 아니다. 영국에서도 최근 인터넷 규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라이언 긱스가 영국 법원에서 사생활 보도 금지를 받아냈지만, 트위터로 인해 법원의 보도 금지 조처가 사실상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서비스 때문에 국내 법이 효력을 잃어버리는 상황을 국가와 국민이 순순히 용인할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자국 영토 안에 기반을 두고 서비스해온 이제까지의 기업들과 달리 클라우드 서비스의 선두주자인 구글과 애플을 포함해 트위터·페이스북 등 주요 IT 기업들은 나라 바깥에 서버를 두고 전세계인을 상대로 균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정 국가가 단단히 방벽을 쌓아도 창과 방패의 고사처럼 이를 우회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존재한다.

영토 밖 클라우드도 규제하려는 나라들

국내 이용자가 네이버나 다음의 전자우편을 쓴다면 수사 당국의 압수수색을 피할 수 없지만, 구글 지메일을 쓴다면 압수수색이 거의 불가능하다. 동일한 글을 인터넷에 올렸을 때도 네이버와 다음에서는 관련자의 요청이 있으면 삭제되지만, 트위터나 구글에서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 저작권 등에 대해 각국은 고유의 법률과 사회적 틀을 가졌지만, 국경을 넘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기업들은 국가별로 기준을 달리한 서비스에 부정적이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가 한국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하고 콘텐츠 업로드를 폐쇄한 게 대표적 사례다. 기술적 어려움보다는 특정 국가의 검열이나 자료 제출 요구를 수용할 경우 나머지 나라에서 끝없는 요청을 받게 되어 서비스가 변질되고 기업의 신뢰도에 치명적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특정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국가 단위의 규제를 적용하기란 어렵고,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같은 국가에 맞서 공동 보조를 취하는 것 역시 실현되기 힘들지만 인터넷 규제와 관련한 환경은 중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그것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인터넷 기기의 확산과 함께 전세계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이와 관련된 프라이버시 문제와 관련 있다. 지난해 구글의 스트리트뷰와 지난 4월 애플 아이폰에서 불거진 사용자 위치 정보의 무단 수집 문제에서 사업자들과 각국 정부가 보인 태도와도 관련된다. 구글이나 애플이 의도하지 않은 실수라는 특성이 있지만, 각국 정보보호기관과 사용자들은 글로벌 IT 기업에 어떻게 압력을 가해 서비스 기준을 바꾸게 하는지를 학습했다. 지난 6월에는 페이스북이 얼굴 인식 기능을 사용자 동의 없이 일괄적으로 적용한 사실도 각국에서 새로운 프라이버시 이슈로 다루고 있다.

구글·애플·페이스북·트위터 등 전세계를 상대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위해 표현의 자유와 다양한 정보 활용을 추구하지만, 서비스 확장 과정에서 계속 새로운 규제 이슈를 만나고 있다. 인터넷의 규제와 자유 또한 더욱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되고 있다.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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