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 임기 내 추진 사실상 포기
일본·멕시코·호주 등 관련국 ‘제 갈길’ 찾기
일본·멕시코·호주 등 관련국 ‘제 갈길’ 찾기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돼 추진해온 초대형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이 됐다.
월리 아데예모 백악관 국제경제 담당 국가안전보장 부보좌관은 11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장래 무역협정을 어떻게 다룰지는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총무와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와의 대화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티피피 체결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선 패배’라는 상황 변화를 받아들여 자신의 임기 내에는 협정의 비준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미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미국과 아시아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려 했던 티피피 협정이 사망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에 큰 패배”라고 전했다. 이로써 미·일 등 세계 12개국(세계 경제의 36.3%)을 포괄하는 대형 무역협정으로 관심을 모아온 티피피의 운명은 트럼프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전망은 비관적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그동안 티피피에 대해 “미국 자동차 업체에 재난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밝혀온데다, 지난달 22일 발표한 공약집 ‘100일 계획’에도 “대통령 취임 첫날 티피피에서 이탈할 것”이라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내정치적 맥락에서 봐도 트럼프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전통적 민주당 우세지역인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에서 승리해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곳은 모두 티피피 반대 여론이 강하다. 트럼트 당선자가 ‘파기’ 대신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재협상’하는 등 현실론을 주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티피피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관련국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티피피에서 미국에 이어 두번째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은 트럼프를 설득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를 위해 17일 뉴욕에서 트럼프 당선자를 만나 티피피의 경제적·전략적 의미에 대한 일본의 의견을 전할 예정이다.
줄리 비숍 오스트레일리아 외무장관은 “티피피가 전진하지 않을 경우, 일본·중국·독일이 참가하는 ‘동아시아지역포괄적경제연대’(RCEP)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티피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무역질서를 구축하는 데 중국을 배제하고 있는데, 거꾸로 미국을 배제한 채 중국-일본 중심의 아시아-태평양 경제블록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 적지 않은 전략적 타격이 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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