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7명 화학 5명 의학 1명
일본계 미국인을 포함해 일본 학자 3명이 7일 발표된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을 독점한 데 이어, 8일 시모무라 오사무 미국 보스턴대 명예교수가 노벨화학 공동수상자 3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면서 ‘과학 강국 일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로써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받은 일본인은 모두 13명, 전체 수상자는 16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물리학상 수상자가 7명으로 가장 많다. 화학상은 5명, 의학상은 1명이다. 연이틀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가 이어지자 일본 열도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는 듯 축하 열기에 휩싸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연간 일본인 노벨수상자 수가 4명이나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여러 물리 분야 가운데 종이와 연필로 궁극의 법칙을 생각해내는 이론물리, 소립자물리는 거대 실험실이 없어도 독창성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일본의 특기 분야”라며 “우리나라의 지력과 이론물리학의 전통을 세계에 알린 쾌거”라고 평했다.
1949년 일본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1907~1981)와 또다른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도모나가 신이치로(1906~1979), 유카와 교수의 중간자론을 입증한 사카타 쇼이치 나고야제대 교수(1910~1970)는 일본 물리학의 초석을 쌓았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인 마스카와 도시히데(68) 교토산업대 교수와 고바야시 마코토(64) 고에너지 가속기연구기구 명예교수는 나고야대학원에서 사카타 교수 밑에서 연구를 했다.
수학과 물리에서는 수재였으나 영어와 국어 등은 중간 이하 성적이었던 마스카와는 나고야대학원 입시시험에서 외국어 시험을 면제받고 ‘특혜 입학’했다. 지금도 영어는 서툴다. 이번 수상의 발판이 된 논문 ‘고바야시·마스카와 이론’(1973년)도 일본어 논문은 마스카와 교수가 쓰고 영어로는 고바야시 교수가 작성했다. 여권도 없는 그는 올 12월 노벨상 시상식을 위해 평생 처음으로 출국한다. 마스카와 교수는 평화운동에 참여한 일본 최초 노벨상 수상자 유카와의 영향으로 반전반핵 운동에도 적극적이다.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만든 ‘9조 모임’과 연계해 2005년 3월 ‘9조의 호소를 확산시키는 과학자·연구자 모임’ 발족을 주도했다.
물리학에 대해 일반인의 관심도 높다. 대입학원 물리 강사인 야마모토 요시타카(66)가 2003년 출판한 <자력과 중력의 발견>(전 3권)은 10만권 이상이 팔리는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그해 각종 상을 휩쓸었다. 1968년 도쿄대 전공투 위원장 출신인 야마모토를 기억하는 전공투 세대들이 너도나도 구입했다는 뒷이야기도 있지만, 물리학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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