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형광 단백질’ 발견…분자생물학 실험 길잡이
올해 노벨화학상은 현대 분자생물학 실험의 길잡이 구실을 하는 ‘녹색 형광 단백질’을 처음 찾아내고 그 실험 방법을 발전시킨 생화학자 3명이 안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8일 일본인 생화학자 시모무라 오사무(80·미국 우즈홀해양생물연구소 명예교수)와 미국 생화학자 마틴 챌피(61·컬럼비아대 교수), 로저 첸(56·캘리포니아대 교수)을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전날인 7일 일본인 물리학자 3명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일본은 16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다. 노벨화학상으론 다섯번째다.
3명한테 노벨상을 안겨준 건 해파리 몸의 독특한 단백질 덕분이었다. 자외선 아래에서 녹색 형광을 내는 녹색 형광 단백질인 ‘지에프피’(GFP)가 1962년 처음 발견됨으로써 그때까지는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생체 단백질의 미시세계가 실험실에서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연구자가 알려는 단백질에다 형광 단백질을 꼬리표처럼 붙이면 녹색 형광을 따라 단백질의 움직임과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초 발견자는 시모무라였다. 그는 1962년 북아메리카 서부 바다에 떠다니는 ‘아에쿠오레아 빅토리아’라는 해파리에서 이 독특한 단백질을 분리해 학계에 보고했다.
챌피는 연구하려는 단백질의 유전자에다 이 단백질의 유전자를 끼워넣어 붙이면 연구 대상 단백질이 세포 어디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할 수 있음을 알아내고는 실험 방법을 체계화했다. 이로써 연구자들은 병을 일으키는 단백질들이 생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관찰할 수 있게 됐다.
첸은 이 단백질의 형광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또 이 단백질의 아미노산을 일부 바꾸면 형광 빛깔도 바꿀 수 있음을 확인했다. 세포·분자 생물학 실험실에선 이제 녹색뿐 아니라 청록색, 붉은색, 노란색 등 여러 빛을 내는 형광 단백질들이 활용된다. 유연규 국민대 교수(화학)는 “(1993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피시아르(PCR) 발명자들처럼 이번 수상자들도 현대 유전자·단백질의 연구방법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과학자들”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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