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일본 이누야마시, 전국 일제고사 거부

등록 2007-04-29 18:14수정 2007-04-29 19:38

정부의 경쟁교육 방침에 반발…기존 여유교육 고수
지난 24일 일본에서는 전국 일제고사가 43년만에 부활됐다. 일본 전국의 초등학교 6년생과 중학교 3년생을 대상으로 한 이 시험에는 3만2756개교, 233만명의 학생들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시험 참가는 각 교육위의 자율에 맡겨져 있지만 일제고사답게 98.9%(공립학교 기준)라는 높은 참가율을 기록했다. 일제고사를 주최한 일본 문부과학성의 강력한 종용과 일본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유일하게 반기를 든 도시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이치현 중소도시 이누야마시 시교위 산하 초·중등학교 14곳이 시험을 거부한 0.11%에 속한다. 종합사고력 향상에 중심으로 둔 ‘여유있는 교육’(유토리 교육)이 일본 학생들 학력저하의 주범이라고 단정한 아베 신조 내각이 새로운 교육정책의 일환으로 실시한 전국 일제고사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이누야마 시교위는 “경쟁교육은 옳지 않다”며 일찌감치 불참의사를 밝히고 그대로 실천했다. 전국 일제고사는 일본전국교직원조합이 “능력주의에 의한 차별이 교육현장에 도입된다”며 강력히 반대투쟁을 벌이는 바람에 43년전에 자취를 감췄던 것이다.

이누야마 시교위는 아이들 스스로 배우는 힘을 기르도록 하는 등 독자적 교육방침을 전개해왔다. 예컨대 시내 미나미초등학교에선 아이들이 문제해결 방식을 발표하면 나머지 아이들의 질문이나 의견제시로 수업을 진행한다. 교사는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수업의 흐름을 원활히 진행하는 사람이자 조정자역이다. 이누야마 시교위는 아이들의 상호학습을 추진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수는 30명 이내로 제한했다. 늘어난 교사들을 시 재정으로 충원하고 있다. 이런 열린 교육 덕분에 등교를 거부하는 부등교생은 미나미 초등학교(525명)에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미이 히사 시교육장은 최근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시장원리는 배제의 원리이다. 격차의 확대에도 연결된다”고 비판했다. 일제고사의 결과가 공표되면 지역마다, 학교마다 서열화가 진행돼 지역이나 아이들이 쓸데없는 경쟁에 휘말린다고 그는 지적했다. 전국의 초중학교의 50%가 참가하는 ‘전국 표준학력검사’ 등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아도 학생들의 학력은 이미 파악돼 있다고 시교위 쪽은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부과학성은 “참가여부는 교육위원회에 맡겨져 있다”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고 있다. 그러나 내심 “일제히 학력이나 학습상황, 생활관습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불쾌해 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다나카 유키노리 이누야마 시장도 내년부터는 꼭 참가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세미이 시교육장은 “방침을 바꾸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며 내년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포문 “남부 국경 비상사태 선포” 1.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포문 “남부 국경 비상사태 선포”

이란 가수, 신성 모독 혐의로 사형 선고…항소 가능 2.

이란 가수, 신성 모독 혐의로 사형 선고…항소 가능

‘예스맨’ 일색 트럼프 2기 행정부 세갈래 뿌리는? 3.

‘예스맨’ 일색 트럼프 2기 행정부 세갈래 뿌리는?

[속보] 트럼프, 취임한 날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서명 4.

[속보] 트럼프, 취임한 날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서명

머스크, 나치식 경례로 트럼프 찬사…“충격적 행동” 5.

머스크, 나치식 경례로 트럼프 찬사…“충격적 행동”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