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비정규직들이 주로 가입해 있는 ‘수도권청년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도쿄의 덮밥체인 ‘스키야’ 앞에서 시간외수당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수도권청년노조 홈페이지
일 ‘프리터’ 권리찾기 연대
청년노조 등 가입해 단체교섭
중앙조직 없이 인터넷으로 교류 대기업에서 계약직 국제전화 오퍼레이터로 일하는 다니오카 노리코(31)는 지난해 여름 노동조건 변경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월수입이 6만엔이나 줄어들었다. 상사와 면담을 해 호소했으나 제대로 상대해 주지 않았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본 ‘파견조합’에 가입했다. “회사와 싸우다 잘리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전직해도 또 어차피 비정규직이다. 여기에서 피해가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이렇게 결심한 다니오카는 파견조합의 서기장 세키네 슈이치로와 둘이서 회사쪽과 단체교섭에 임했다. 수 차례 교섭 끝에 각종 수당 삭감이 유보되는 성과를 거뒀다. 다니오카 경우처럼 일본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등 가난한 사람들의 자기 권리 찾기의 연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시사주간 〈아에라〉가 최근 보도했다. 일본 사회를 지배하는 ‘자기책임론’에 짓눌려 정당한 법적 권리마저 찾지 못하는 빈자들이 비정규직 노조의 도움으로 연대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쇠고기 덮밥체인 ‘스키야’의 도쿄 시부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26살의 남성은 지난해 7월 돌연 해고됐다. 고민 끝에 프리터(고정직이 없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하는 일본의 젊은이) 등 40대 이하의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수도권청년노조’에 가입해 대책을 상의했다. 수도권청년노조는 곧바로 단체교섭에 나서 부당해고를 철회시켰다. 덤으로 노동기준법에 정해진 시간외수당 할증분이 지급되지 않은 사실을 밝혀내고 과거 2년분을 받아내는 성과도 얻어냈다. 스키야에서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 1만명에게도 혜택이 돌아갔다. 파견사원인 와다 요시미쓰(42)와 이케다 잇케이(27)는 지난해 9월 신주쿠 선술집에서, 제조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단체 ‘가텐게이렌타이’를 만들었다. 회사도, 직종도, 근무방식도 다른 노동자들을 하나로 묶은 네트워크다. 회원들은 직장마다 노조를 만들어 교섭을 하고, 단체는 각각의 직장정보를 공유한다. 노동법을 배우며 지식무장하도록 도와준다. 종래의 노조처럼 지원하고 지원을 받는 상하관계가 되지 않도록 중앙조직도 두지 않고 인터넷을 주요 무대로 움직인다. 지난달 24일에는 프리터, 노숙자, 싱글머더, 장애인 등 생활고를 겪고 있는 빈자들을 돕는 11개 각종 단체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불안정 고용이 확산되면서 워킹푸어(일하는 빈곤층)가 늘어나는 한편, 복지예산은 삭감돼 연대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도쿄/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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