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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병든 노인 한주에 세번씩 찾아 “약 드세요”

등록 2007-04-01 21:15

일본 니카타현 미나미우오누마시에 사는 이구치 쇼조(75) 할아버지의 자택을 방문한 개호복지사(병구완복지사) 다카하시 사치코(56)가 ‘투약 달력’에 비치된 혈압약을 빠짐 없이 복용했는지 꼼꼼히 검사하고 있다.
일본 니카타현 미나미우오누마시에 사는 이구치 쇼조(75) 할아버지의 자택을 방문한 개호복지사(병구완복지사) 다카하시 사치코(56)가 ‘투약 달력’에 비치된 혈압약을 빠짐 없이 복용했는지 꼼꼼히 검사하고 있다.
일본 니가타 선진 지역의료 현장 가보니

오우누마센터, 보건·의료·복지 삼위일체 운영
적은 의료비·개호보험으로 ‘행복한 노후’ 선물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무대인 일본 니가타현 남부 우오누마시(합병 전의 오테마치)의 한 단독주택.

지난달 27일 오후 방문자를 맞이하는 이구치 쇼조(75)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개호복지사(병구완복지사) 다카하시 사치코(56)는 이구치 할아버지에게 상냥한 목소리로 “혈압이 어떻냐”고 인사부터 건넸다.

다카하시는 이구치 할아버지가 손수 기록한 혈압을 확인한 뒤 ‘투약 달력’에 요일별로 비치된 혈압약을 제대로 복용했는지 빠짐없이 체크했다. 냉장고를 열어보고 상한 음식물이 있는지 살펴보는 다카하시의 눈길은 정성스럽다. 다카하시는 화장실을 들여다본 뒤 약간 지저분하다고 판단한듯 손을 걷어부치고 청소를 시작했다.

이구치 할아버지의 낙은 일주일에 세번 30분씩 ‘방문 개호’(방문 병구완)를 받는 일이다. “기다리는 게 좋아.” 여기에다 일주일에 두 번 근처 병원에 마련된 재활센터에 나가 운동삼아 놀이삼아 장기도 두고 게임도 한다. 7년 전 부인이 숨진 뒤 혼자 살면서 3년 전엔 간질로 쓰러져 이제 말까지 어눌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혼자 사는 병든 노인’의 초라함과 쓸쓸함이 그다지 배어 있지 않다.

이구치 할아버지가 부자이기 때문에 이런 의료복지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방문 개호의 경우 1회 30분에 8500엔의 비용이 들지만, 이구치 할아버지의 자기부담액은 10%인 850엔에 지나지 않는다. 2000년 전국적으로 실시된 일본 정부의 개호보험 덕에 적은 비용으로 큰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미나미오우누마의료복지센터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이구치 할아버지의 행복한 노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일본의 개호보험도 이곳 의료복지센터가 1980년부터 시행한 방문간호와 개호 등 홈케어시스템을 본뜬 것이기 때문이다.

이곳 의료복지센터는 1976년부터 단순히 치료에 머물지 않고 ‘철저한 예방활동’ ‘양심적 진료’ ‘충실한 복지’의 3위일체를 통해 노인 의료비를 줄이고 주민들에게 멋진 삶과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이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료복지센터안에 ‘유키쿠니 야마토시립병원’을 비롯해 △보건활동의 거점인 ‘농촌진료센터’ △복지를 담당하는 ‘노인홈 야이로엔’ ‘방문간호스테이션’ ‘지역포괄지원센터’ ‘홈케어스테이션’ 등 5개 시설이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방활동과 재택치료와 간호에 힘쓴 덕분으로 2002년 현재 미나미우오누마시의 노인 한명당 의료비 지출은 60만엔 가량으로 전국 평균보다 10만엔 이상 낮았다.


사이토 요시오 센터장 겸 병원장(67)은 “예컨대 반신불수의 경우 굳이 병원에서 장기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재택 케어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의료비 낭비가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입소자 100명에게 전원 개인방을 제공하고, 간호사와 병 수발을 하는 간병인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 속에서 생활할 수 있는 호텔 수준의 양로원 ‘야이로엔’도 일본의 노인 복지 수준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정부 기준으로 입소 노인 3명당 간병인 1명이지만, 이곳은 2명당 1명이 붙어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 양로원의 입소 비용은 개인의 소득에 따라 월 2만5천엔~13만엔씩 차등을 두고 있다.

니가타/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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