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일본 후쿠시마원전에서 약 5㎞ 떨어진 후타바마치의 해안가에 파도가 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4일 오후 1시3분.
일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1㎞ 앞 바다로 연결된 수심 10m 넘는 깊이의 해저 터널을 통해 방사성 물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오염수는 해저 터널을 타고 바다로 쏟아지기 때문에 눈으로 방류 여부를 확인할 순 없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등 일본 언론들이 전한 현장 상황을 보면, 고요한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엔 배 한척이 떠 있는 모습이 보일 뿐이었다. 도쿄전력은 앞으로 원전 앞 바다에 배를 띄워 방사성 물질 농도를 모니터링하게 된다.
도쿄전력은 앞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중 한 종류인 삼중수소(트리튬) 농도를 측정해보니 1ℓ당 43~63베크렐로 자신들이 방류 가능 기준으로 정한 1500베크렐을 크게 밑돈다고 발표했다. 삼중수소는 다른 방사성 물질과 달리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도 거를 수 없어, 바닷물에 희석하는 방식으로 농도를 낮춰 방류한다.
도쿄전력 직원들은 ‘집중 감시실’이라고 불리는 건물에서 화면을 보며 원격 조정을 통해 바닷물과 섞은 오염수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현재 134만t이 쌓여있는 오염수를 후쿠시마현 앞바다에 방류하는 작업은 짧게 잡아도 3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오염수 안에는 정상 원전에서 나오지 않는 세슘137과 스트론튬90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미량이지만 포함돼 있다. 한 번 내보낼 때는 극히 적은 양이지만, 30년 이상 바다로 방류되는 총량은 어마어마해 생물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 때문에 일본 언론들도 장기간에 걸쳐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도쿄신문은 23일 “알프스를 이용해도 방사성 물질은 미량이지만 남아 있다. 30년 동안 계속 방류하면 방대한 양이 된다”며 “풍평(소문) 피해를 두려워하는 어업인들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염수 방류 전부터 일본 어민들은 수산물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우려해 목소리를 이어왔다. 수도 도쿄와 가까운 지바현 조시에서 닭새우와 넙치(광어)를 잡는다는 어민은 이날 아침 엔에이치케이 방송에 “처리수(오염수) 방류가 결정된 영향인지 내가 잡은 것은 어제부터 도매가가 30% 정도 내려갔다. 제철이라 비싸게 팔릴 시기인데, 왜 이런 시기로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나 싶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어민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800억엔 규모의 지원 기금을 마련했다. 또, 수산물 소비 감소를 줄이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들에 협조를 구하는 중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오염수 방류 전날인 23일 주요 유통업체 대표들과 만나 “‘산리쿠조반’(후쿠시마를 포함한 일본 동북지방)의 것을 부디 취급해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로 직접 피해를 입는 한국 수산업계 등에는 지원 계획이 없다고 못 박은 상태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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