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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태극기 내건 수산시장 “오염수 항의, 이렇게라도 하는 겁니다”

등록 2023-08-24 14:53수정 2023-08-25 12:22

일 오염수 방류 첫날 노량진 수산시장
“국산이에요, 국산” 외쳐도 손님 없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된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상인이 ‘일본에 항의한다’며 가게에 태극기를 걸어두었다. 강신범 교육연수생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된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상인이 ‘일본에 항의한다’며 가게에 태극기를 걸어두었다. 강신범 교육연수생

“국내산이라 괜찮아요. 싱싱해요.”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만 30년째 장사해온 유아무개(54)씨는 ‘호객’한 뒤 머쓱해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바다 방류가 진행된 24일 오전 노량진수산시장은 수산업계의 우울한 분위기를 대변하듯 고요했다. 

■ “30년 경력에 이런 타격 처음…매출 40% 줄어”

1994년부터 활어를 팔아온 유씨는 ‘오염수 방류 논란’ 이후 줄어든 매출 타격이 “30년 경력 중 처음”이라고 했다. 유씨는 아이엠에프(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당시에도 “이 정도로 손님이 없지는 않았다”며 “최근 경기 침체 등 불황에 오염수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작년 대비 매출이 4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유씨는 연신 “국내산”이라며 홍보했지만, 외침이 무색할 만큼 손님 1~2명만 가게 근처를 배회할 뿐이었다. 유씨는 “여름 휴가 시즌이 끝나고 이제 막 팔아야 하는 시기인데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라며 “자릿세, 수도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고 했다. 그의 공과금 영수증엔 수산시장 한달 자릿세로 167만원이 찍혀 있었다.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시민들이 해산물을 사기 위해 둘러보고 있다. 수산시장의 모든 가게에서는 원산지 기재를 필수로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시민들이 해산물을 사기 위해 둘러보고 있다. 수산시장의 모든 가게에서는 원산지 기재를 필수로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원산지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겠습니다.” 오염수 방류 논란에 대비해 이날 낮 1시20분께 마침 노량진수산시장 내 방송이 울렸다. 상인들도 시장을 배회하는 몇 없는 손님들에게 “국산이에요, 국산”이라는 말을 연달아 외쳤다.

손님이 없어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만 있거나 제자리에서 꾸벅 졸고 있는 상인도 눈에 띄었다. ‘국내산 민어’ ‘중국산 농어’ 등 일본에서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듯 큰 글씨로 원산지를 안내하는 곳도 있었다. 

특히 일본 바다에서 잡혀서 오는 도미 판매상들의 고심이 컸다. 이름과 나이 밝히기를 꺼린 한 상인은 “도미는 일본에서 들여온 재고라서 아마 팔리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은 “일본산 활어는 일부러 가져오지도 않았는데도 (오염수 방류) 걱정하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된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상인이 ‘일본에 항의한다’며 가게에 태극기를 걸어두었다. 강신범 교육연수생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된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상인이 ‘일본에 항의한다’며 가게에 태극기를 걸어두었다. 강신범 교육연수생

또 다른 상인은 지난해 8월부터 ‘일본에 항의한다’는 의미로 수조 위에 태극기를 걸어두었다. 이아무개(55)씨는 “일본에서 오염수를 방류하는 데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나. 이렇게라도 작은 항의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씨는 오염수 방류 논란으로 “생선 자체가 팔리지 않는다”며 “2층에서 진행됐던 직장인 회식들도 취소됐다”고 말했다. 

■ “손님이 마지막으로 먹으러 왔다고 하시더라”

29년 경력의 유아무개(50)씨는 “손님들이 원산지를 보면서 ‘일본산이네’라고 반응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 국산을 달라고 하거나 사지 않으려고 한다”며 “상인들은 (오염수 방류) 논란이 그저 사그라지기만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활어 판매가 저조해지면서 수산시장 내 자리한 식당도 같이 타격을 입었다. 점심시간인데도 한두 좌석만 손님이 있거나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양아무개씨는 “어제 손님이 많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먹으러 왔다’고 하더라”며 “오늘 막 방류를 했으니까 당분간은 영향은 없을 테니 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로 활어 구매를 망설이는 이들도 많아졌다. 수산시장을 자주 찾았다던 김하은(25)씨는 “당장은 일본산은 안 먹을 것 같지만, 1년 후에는 국산 활어도 피할 것 같다”고 했다. 임현석(24)씨도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런 두려움이 크다”며 “국내산이어도 이제 아예 먹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시민들이 해산물을 고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시민들이 해산물을 고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박시은 강신범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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