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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찌꺼기’ 보관 용기 99%까지 찼다

등록 2023-04-09 15:39수정 2023-04-10 02:40

오염수 정화 과정서 생기는 진흙 형태의 폐기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할 때 생긴 진흙 형태의 방사성 물질 폐기물을 원통형의 고성능 용기(HIC)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이 용기가 지난달 2일 기준 99%가량 가득 찬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전력 누리집 갈무리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할 때 생긴 진흙 형태의 방사성 물질 폐기물을 원통형의 고성능 용기(HIC)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이 용기가 지난달 2일 기준 99%가량 가득 찬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전력 누리집 갈무리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기 위해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통해 정화하는 과정에서 걸러지는 ‘방사능 찌꺼기’를 보관하는 용기가 포화 상태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오염수의 바다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다시 큰 허점이 발견되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9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에서 알프스를 통해 제거된 방사성 물질 폐기물(슬러지·찌꺼기)의 보관 장소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 폐기물을 “보관하지 못하면 오염수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이 방사능 찌꺼기를 보관하는 고성능 용기(HIC) 4192개 가운데 지난달 2일 현재 4143개(98.8%)가 가득 찬 것으로 확인된다.

이 찌꺼기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노심용융(멜트다운)을 일으킨 핵연료를 식히기 위한 냉각수에 빗물·지하수가 계속 유입되면서 생기는 오염수를 알프스를 통해 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알프스를 거친 오염수는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물탱크에 보관(약 132만t)되고, 찌꺼기는 따로 고성능 용기에 담긴다. 이 찌꺼기는 고준위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일부 용기 표면에서 측정되는 방사선량은 시간당 무려 10밀리시버트를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인의 연간 방사선 피폭 한도(1밀리시버트)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도쿄전력은 이 찌꺼기를 지름 1.5m×높이 1.8m×두께 약 1㎝의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원통형 고성능 용기에 담아 후쿠시마 원전 1~4호기 남쪽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 보관하고 있다. 용기는 최근 1년 동안 이틀에 평균 1개꼴로 증가하고 있다.

도쿄전력이 사전에 용기를 증설하지 않은 것은 ‘폐기물 탈수 시설’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진흙 상태인 폐기물에서 물을 제거하면 부피가 작아져, 용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021년 탈수 시설을 만들기 위해 원자력규제위원회의 허가를 받으려 했지만, 피폭 방지 대책 등이 불충분하다며 ‘설계부터 재검토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도쿄전력 내부에서도 대책이 “느슨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는 사이 방사능 찌꺼기를 담을 용기가 가득 찰 위험에 처했다. 그러자 도쿄전력은 부랴부랴 이달 말까지 용기 192개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이들은 추가 증설을 하면 현재 확보된 장소에 용기 4720개를 더 만들어 2027년 6월까지 포화 상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남는다. 오염수를 바다에 내다 버리기 전에 방사성 물질 농도의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다시 알프스를 통해 정화해야 한다. 도쿄전력은 이를 통해 늘어나는 찌꺼기의 양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알프스로 1차 정화를 한 오염수의 70%에 세슘·요오드·스트론튬 등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함유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문은 “(찌꺼기) 발생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증설 작업이 늦어지면 포화 상태는 빨라진다”고 비판했다. 또 계속 “추가 증설을 할 경우 보관 장소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의 보관 장소가 부족하다며 방사성 물질 농도를 법적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올해 여름부터 30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할 방침이다. 알프스로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트리튬)는 기준치의 40분의 1 이하로 농도를 희석해 바다로 내보낸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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