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뒤 첫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자리매김하자, 일본 정부도 “한국은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국가”라고 화답했다. 일본 언론들도 윤 대통령이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과 대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에 주목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1일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와 관련해 “한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국가”라고 말했다. 이어 “국교 정상화 이후 쌓아온 우호 협력 관계의 기반을 바탕으로 일-한 관계를 건전한 형태로 회복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한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긴밀히 소통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북핵 위기가 고조된 현실 등을 거론하며 일관되게 한-미-일 3각 협력과 한-일 안보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일본 언론들도 일본에 반성적 역사 인식을 가질 것을 요구해온 역대 한국 정부의 3·1절 기념사와는 전혀 다른 올해 기념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윤 대통령과 지난 정부의 기념사를 비교하며 “역대 대통령들은 ‘3·1 독립운동’ 행사에서 일본을 향해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겸허해져야 한다’고 주장했었다”면서 윤 대통령은 “일본을 견제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파트너로 분명히 규정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윤 대통령이 징용공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한국을 둘러싼 안보환경 변화를 거론하며 대일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일본에 대한 비판이나 정책·현안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선 3월1일 민족주의와 반일감정이 고조되는 날이지만, 윤 대통령은 자유라는 키워드에서 일본과도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찾아 일·미·한 협력을 연결시키려 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3·1절 기념사에서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고 강조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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