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일본 패전일인 15일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방문해 참배했다. 일본 패전일에 현직 각료가 참배한 것은 2020년 이후 3년째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의 패전일인 15일을 맞아 후미오 총리가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자민당 총재’ 명의로 공물을 바쳤다. 각료 2명은 신사를 직접 찾아 참배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이날 “기시다 총리가 비서를 통해 ‘자민당 총재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료’를 봉납했다”고 보도했다. 자민당 내 온건파를 대표하는 기시다 총리는 그동안 각료 등을 지내면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거나 공물을 봉납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총리직에 오른 뒤 공물을 봉납하고 있다. 이번이 세 번째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께 야스쿠니신사가 아닌 그 근처에 자리한 지도리가후치 전몰자묘원을 찾았다. 이곳은 지난 2차 대전 때 숨진 이들 가운데 이름을 확인할 수 없어 유족들에게 돌려주지 못한 유골을 안치한 곳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후 일본 정부가 주최하는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참석했다.
각료 중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과 아키바 겐야 부흥상이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일본 현직 각료가 패전 일에 직접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2020년 이후 3년 연속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정무조사회장도 이날 오전 참배했다. 극우 성향인 다카이치 담당상과 하기우다 정조회장은 매년 봄·가을 예대제(큰 제사) 때도 참배하고 있다. 지난 13일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이 야스쿠니신사를 찾았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각각 알아서 판단한 것”이라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존경의 뜻을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주변국가들의 반발에 대해 “중국·한국을 포함해 이웃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해 나갈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도쿄 지요다구에 세워진 야스쿠니신사는 1867년의 메이지 유신을 전후해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본이 일으킨 여러 침략전쟁에서 일왕을 위해 목숨을 바친 246만6천여 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이 가운데 약 90%는 일본의 태평양전쟁(1941~1945년)과 연관돼 있다.
이 전쟁에 책임이 있는 에이(A)급 전범 14명이 1978년 합사 의식을 거쳐 야스쿠니에 봉안됐다. 이 때문에 일본의 현직 총리나 각료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면 일본이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변국들이 반발하는 등 큰 외교적 문제가 되어 왔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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