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거리 유세를 하던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용의자가 “어머니가 빠졌던 특정 단체와 아베 전 총리가 가까운 관계에 있다고 생각해 죽이려고 노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전 총리를 죽이기 위해 총뿐만 아니라 폭탄을 만들고, 유세지를 따라다녔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9일 용의자인 야마가미 데쓰야(41)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단체에 빠져 많은 기부를 하는 등 가정생활이 엉망이 됐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특정 단체에 원한이 있고, 아베 전 총리가 이 단체와 가까운 관계에 있다고 생각해 죽이려고 노렸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특정 단체는 종교단체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용의자가 수사 과정에서 동기와 관련해 특정 종교단체의 이름을 들어 불만을 토로했다. 아베 전 총리가 관련돼 있다는 독자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용의자는 이 단체를 일본에 확산시킨 사람이 아베 전 총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용의자는 “아베 전 총리의 정치 신조(신념)에 대한 원망은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야마가미 가족과 이 종교단체 사이에 실제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등 범행 동기에 대해 계속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야마가미가 오래전부터 범행을 준비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용의자가 아베 전 총리를 죽이기 위해 총뿐만 아니라 폭탄도 만들었다. 유세지도 따라 다녔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나라현 유세는 전날 자민당 누리집을 통해 미리 파악했다고 한다. <교도통신>은 야마가미가 “당초 종교단체 간부를 습격하려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를 죽인 것에 대해 “내가 한 일이 틀림없다”며 범행 사실은 인정한 상태다. 용의자는 또 “인터넷에서 부품을 사 스스로 총을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총격에 사용된 사제 총은 길이 약 40cm, 높이 20cm의 크기다. 야마가미의 집에서는 사제 총이 추가로 발견됐다.

야마가미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3년 동안 해상자위대에서 임기제 자위관으로 근무했다. 방위성은 임기제 자위관의 경우 총의 구조를 이해하는 교습 이외에 분해해 다시 조립하는 방법, 사격훈련도 받는다고 설명했다.

주변 사람들은 야마가미를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격으로 기억했다. 야마가미는 2020년 가을부터 간사이 지방에 있는 제조업체에서 파견노동자로 일하다가 지난 5월 퇴직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수가 적었다. 공격적인 느낌으로 보이지 않았다. 정치적인 사상을 느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야마가미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본 적이 없다”며 거의 기억을 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지낸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