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화상으로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악의 세력이 당신의 도시를 전장으로 바꾸려 했던 9·11, 무고한 시민이 하늘로부터 공격받던 때를 기억해 달라. 우리는 이런 상황을 매일 겪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15분 가량 화상 연설을 통해 연대를 호소했다. 외국 정상이 미국을 방문해 의회에서 연설하는 경우는 간혹 있었지만, 화상 연설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의 연설이 끝나자 미 의회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달 들어 미국·유럽 등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국가의 의회를 상대로 화상 연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책 결정에 영향력이 있는 의회를 직접 설득해 각국의 협조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영국 의회에서 진행된 젤렌스키의 연설도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연설을 인용해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숲에서, 들판에서, 해변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싸울 것”이라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 지난 15일 캐나다 의회에서도 12분 동안 화상 연설을 하고 3분여 동안 박수를 받았다.
젤렌스키는 미국과 유럽 의회를 넘어 아시아 국가에도 화상 연설을 타진했다. 도쿄에 있는 우크라이나 대사관이 일본 국회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을 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17일 “미국과 유럽 의회가 받아들인 이상, (일본 국회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자민당 간부의 말을 전하며 “여야가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전례도 없고 관련 법률 등 기준이 없어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 신문은 “화상 연설은 오는 22일 이후로 논의되고 있다”며 “(스크린이 없는 등) 설비 환경 등을 감안해 본회의장이 아닌 국회 내 회의실에서 녹화된 연설을 상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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