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생전 모습. 교도 연합뉴스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저널리스트이자 독서가로 유명한 다치바나 다카시가 급성관상동맥증후군으로 지난 4월 숨졌다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향년 81.
방송은 유족들이 그가 지난 4월30일 숨졌다는 사실을 23일 공표했다고 전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다치바나는 심장병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려왔으며 최근 입원한 병원에서는 “적극적 치료를 지향하지 않고 평온하고 고통이 없는 날을 보내도록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다치바나는 일본에서 ‘지(知)의 거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인물이다. 1964년 도쿄대 불문과를 졸업한 뒤 출판사 ‘분게이슌주’(문예춘추)에 입사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그는 이 회사가 발행하는 주간지 <슈칸분슌>(주간문춘)에 배치됐으나 “좋아하는 독서를 하기 어렵고 전혀 흥미가 없는 프로야구 취재를 맡게 된 일 등 때문에”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다. 이후 1967년 도쿄대 철학과에 편입했으며, 6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잡지 등을 통해 글을 발표했다.
다치바나의 이름은 1974년 10월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의 금권 정치를 파헤친 글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 그 금맥과 인맥’을 월간지 <분게이슌주> 11월호에 발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다치바나는 이 기사에서 회사 등기부등본과 정치자금보고서 등 방대한 자료를 수집·분석해, 현직 총리를 정면 겨냥했다. 또한, 다나카의 후원자와 자민당 내 파벌 등 복잡한 인간관계를 도표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이 기사는 일본에서 “탐사보도의 선구”로 꼽힌다. 다나카 총리는 이 보도 한달 뒤인 11월 사임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생전 자신의 사무실 겸 서재인 도쿄 ‘고양이 빌딩’ 앞에 서 있는 모습. 교도 연합뉴스
다치바나의 관심과 저작은 정치와 사회 문제뿐 아니라 자연과학과 의학 등 다방면에 걸쳐있었다. “우주에서의 경험이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심이 닿아 미국 아폴로호 우주비행사 취재를 통해 <우주로부터의 귀환>(1983년)이라는 책을 냈다. 2001년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에서 교양의 문제를 지적했다. 2007년 방광암 투병을 공개했으며, 이후 병과 죽음을 주제로 한 글도 썼다.
다치바나는 엄청난 독서가로 유명하다.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적어도 10권은 읽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소장한 책만 10만여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책이 너무 많아지자 건물 모서리 외벽에 고양이 얼굴이 그려져 있어 ‘고양이 빌딩’이라는 별명이 붙은 건물을 도쿄 분쿄구에 지어 자신의 사무실 겸 서재로 사용했다. 지난해 독서와 저술 경험을 구술한 <앎의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내가 3만권을 읽고 100권을 쓰고 생각해온 것>이라는 책을 펴냈다. 한국에도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등 20여권이 번역되어 있다.
다치바나는 생전 “조사해서 쓴다”는 말을 강조했다. 그는 생전 “조사해서 쓴다는 것은 저널리스트에 한하지 않고 현대 사회 여러 분야의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교인 도쿄대 학생들에게 자신이 관심 있는 인물을 인터뷰해 오라는 과제를 내준 적도 있다. 그는 생전 <엔에이치케이> 방송 인터뷰에서 “살아있는 것은 재미있다. 모르기 때문에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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