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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39글자로 ‘장진호’ 비판했다 재판받는 중국 기자 뤄창핑

등록 2022-03-31 15:06수정 2022-04-02 22:51

[후스토리]
30일 최후진술 “죄 인정하고 후회한다”
지난해 10월 체포돼 2월 기소…곧 선고
지난해 10월 개봉한 중국 영화 장진호의 포스터. 바이두 갈무리
지난해 10월 개봉한 중국 영화 장진호의 포스터. 바이두 갈무리
“뤄창핑이 최후진술에서 죄를 인정하고 후회했다.”

한국전쟁에서 미국을 상대로 한 중국의 항전을 다룬 중국 영화 <장진호>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전쟁 영웅을 모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중국 언론인 뤄창핑(42)이 재판에서 본인의 혐의를 인정했다고 중국 법원이 밝혔다.

30일 오후 중국 하이난성 산야시 청쟈 법원은 누리집을 통해 이날 뤄창핑 사건의 심리를 끝내는 ‘결심 재판’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날 뤄창핑은 최후 진술을 했지만, 발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법원은 그가 본인의 죄를 인정했다고만 짤막하게 전하고 곧 최종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저명한 탐사기자였던 뤄창핑은 지난해 10월6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본인 계정에 <장진호>를 비판하는 서른아홉 글자의 짤막한 글을 올렸다가 체포돼 재판에 넘겨지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장진호>는 한국전쟁 전투 가운데 중국이 가장 자랑하는 함경남도 장진호 일대의 전투를 소재로 했다. 1950년 11~12월 미 해병대 등이 중공군의 포위 작전에 빠져 큰 피해를 입은 뒤 가까스로 탈출한 전투이다. 하지만, 중공군의 피해도 적지 않았고, 워낙 날씨가 추워 제대로 의복 보급을 받지 못한 중공군 상당수가 얼어 죽었다. 중국은 이들을 ‘얼음조각 부대’라 칭하며 영웅으로 대접하고 있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한 영화는 지난해 중국 연휴인 국경절 기간에 개봉해 57억7500만 위안(1조1천억원)이라는 중국 역대 최고의 흥행 성적을 올렸다. 미국과의 대결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애국주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게 영향을 미쳤다.

영화 장진호를 비판했다가 재판을 받고 있는 뤄창핑 기자. 바이두 갈무리
영화 장진호를 비판했다가 재판을 받고 있는 뤄창핑 기자. 바이두 갈무리
뤄창핑은 영화 개봉 6일 만인 10월6일 본인 웨이보에 “반세기가 지났지만, 중국 사람들은 이 전쟁이 정의로웠는지에 대해 거의 반성하지 않았다. 당시 ‘모래조각 부대’가 상부의 ‘훌륭한 결정’을 의심하지 않은 것과 같다”는 글을 올렸다. 막대한 사상자를 낸 군 수뇌부의 결정을 비판하고, ‘얼음조각 부대’라며 영웅시되는 희생자들을 모래조각 부대로 조롱하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글이었다. ‘모래조각’으로 쓰인 단어는 중국에서 재밌고 어수룩한 사람을 놀리는 뜻으로 온라인상에서 자주 쓰이기도 한다.

뤄창핑의 고향인 하이난성 산야의 공안국은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인 8일 전쟁 영웅과 순교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웨이보도 같은 날 그가 웨이보의 규정을 어겼다며 200여만명의 팔로워가 있는 그의 웨이보 계정을 삭제했다.

산야 검찰은 10월21일 그의 체포를 승인했고, 수사를 거쳐 올해 2월 그를 기소했다. 이들은 재판에서 “뤄창핑이 영웅적 순교자들의 명예를 훼손했고, 그의 발언은 대중들에게 큰 분노를 일으켰다. 매우 나쁜 사회적 영향력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뤄창핑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전 부주임인 리우티에난의 부패상을 폭로해 2013년 국제투명성기구의 청렴상을 받는 등 중국의 저명한 탐사기자로 활동했다. 중국 매체 <신경보>의 선임기자이자 심층보도팀 주필을 맡았고, 중국 경제주간지 <차이징>의 부편집장을 지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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