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
대북특사 임명 핵문제 적극 해결 모색
반기문 차기 유엔사무총장은 30일 본지가 주선한 문정인 국제안보대사(연세대 교수)와 대담하면서 “유엔의 문화를 전부 바꾸겠으며, 지금보다 훨씬 더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는 기구로 태어나도록 하겠다”고 강력한 유엔 개혁 의지를 밝혔다. 또 “유엔을 21세기의 도전과 과제를 적합하게 처리해 가는 기구, 다자주의 외교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반 차기 사무총장은 한반도 핵문제에 대해 “국제적 신망이 있고, 남북한에 신뢰를 줄 수 있는 국제적 정치인이나 외교관을 대북특사로 임명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거듭 확인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적인 역할도 할 용의가 있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11월15일부터 뉴욕으로 가 사무총장 인수위 작업을 지휘할 예정이다. 그는 이날 한국이 유엔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유엔이 추구하는 3대 목표인 국제평화·안보 개발, 공동번영, 인권 신장 가운데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의 개발·공동 번영에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날 대담자로 문 대사가 나서 50여분에 걸쳐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 문제에서 유엔의 역할, 사무총장 취임 100일 안에 제기될 당면 최대 과제인 인사문제와 개혁을 비롯해 안보리 개편 등 유엔의 개혁, 사무총장의 리더십 문제에 대한 대처, 앞으로의 비전 등을 물었다.
반 차기 사무총장은 전통적으로 유엔 사무총장과 미국과의 갈등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유엔이 미국을 필요로 하고, 미국도 유엔을 필요로 한다. 서로 필요로 하는 것 아닌가. 어떤 사무총장보다도 미국과 유엔의 관계를 조화롭게 처리해 나가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의 공과에 대해선 “개혁적인 이니셔티브를 많이 취했다”며 “조직을 좀더 투명하게, 윤리관을 확실하게 해 신뢰받는 유엔이 되도록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자면 무엇이 필요하냐는 물음에 “현재 16개 지역에 유엔 평화유지군 9만2천명이 나가 있는데, 그 중 한국은 31명뿐이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로서 기여도와 의지 면에서 너무 약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국민들이 국제 문제를 보는 시야를 넓혀줄 것”을 당부했다.
강태호, 박민희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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