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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이 남자 때문에 바이든 속이 터진다

등록 2021-06-08 04:59수정 2021-06-08 09:06

[후(who)스토리] 조 맨친 의원
가장 보수적인 민주 상원 의원
민주당 사활 건 선거개혁법 반대
법인세·최저임금 인상도 ‘엇박자’
‘50 대 50’ 상원에서 존재감 커져
미국 민주당의 조 맨친 상원의원이 3일(현지시각) 웨스트 버지니아주 모건타운의 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AF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조 맨친 상원의원이 3일(현지시각) 웨스트 버지니아주 모건타운의 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AF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에서 가장 보수적 인사로 꼽히는 조 맨친(74·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선거개혁 법안에 반대한다고 거듭 못박았다. 이 법 등 주요 법안들 통과를 위해 당내에서 제기되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폐지 주장에도 반대 뜻을 명확히 했다. 내년 11월 상·하원 선거를 앞두고 입법 성과와 투표 확대가 절실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으로서는 속이 터질 일이다.

맨친 의원은 6일(현지시각)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주의 매체인 <찰스턴 가제트>에 기고문을 실어 “당파적 투표법은 이미 약화한 우리 민주주의의 구속력을 파괴할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나는 ‘국민을 위한 법’(For the People Act)에 반대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파적 방식으로 이뤄지는 투표·선거 개혁은 당파적 분열만 계속 더 깊어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맨친 의원이 말하는 ‘국민을 위한 법(안)’은 각 주들이 우편투표를 도입하도록 하고 최소 15일간의 사전투표를 보장하며, 온라인 및 투표 당일 유권자 등록을 허용하는 등 투표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정 정당과 후보자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는 게리맨더링을 막기 위해 독립적 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대선 뒤 조지아, 플로리다, 텍사스 등 공화당이 주 의회·정부를 장악한 곳에서 투표 참여를 약화시키는 법이 제정되거나 추진되는 것에 맞서 민주당이 필사적으로 내놨다. 연방 차원의 법으로 개별 주의 투표권 제한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다. 지난 3월 민주당이 주도하는 연방 하원에서 공화당은 단 한명도 찬성하지 않은 채 찬성 220표, 반대 210표로 통과됐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석이 50 대 50인 상원에서는 통과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맨친 의원은 이날 “투표권 보호는 결코 당파적 방식으로 다뤄져선 안 된다”며 반대 뜻을 재확인했다.

맨친 의원이 필리버스터 폐지에 반대한다고 쐐기를 박은 것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게 더 절망적이다. 상원에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려면 60표가 필요해, 공화당에서 10명의 이탈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공화당이 필리버스터를 발목잡기에 남용하고 있다’며 이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필리버스터를 없애는 것은 상원에서 단순 과반으로 처리 가능하지만, 민주당에서 단 한 명만 반대해도 과반을 못 채우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맨친 의원은 이날 기고에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자신의 공화당에 필리버스터를 없애라고 요구할 때 민주당이 이에 반대했던 사례를 들면서 “필리버스터를 약화하거나 없애기 위해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내가 집에 가서 설명할 수 없으면 찬성 투표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 폐지에는 민주당 안에서 맨친 의원 외에도 키어스틴 시네마(애리조나) 의원 등이 반대하고 있다.

맨친 의원의 당내 엇박자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여야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는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정책을 지지하고, 브렛 캐버너 대법관 임명에도 찬성표를 던지는 등 민주당의 주류 노선과 다른 노선을 걸어왔다. 총기 규제와 기후변화에서도 보수적이다.

지난 1일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선거개혁 법안을 강조하면서 “투표를 공화당과 더 많이 함께 하는 두 명의 상원의원”을 언급했는데 이는 맨친 의원과 시네마 의원을 가리킨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맨친은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법인세 28%로 인상이나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로 인상에도 반대하고 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 예산안을 공화당과 합의가 아닌 예산조정절차로 처리하는 데에도 반대한다. 그는 최근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인프라 예산안 합의 처리를 강조하면서 “이런 일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맨친 의원의 존재감이 부쩍 커진 것은 올초 출범한 상원이 민주당 50석, 공화당 50석으로 동수를 이루면서다. 민주당에서 단 한 명도 이탈이 없고 당연직 상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까지 캐스팅 보터로 가세해야만 51석 과반을 확보하는 위태로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맨친 의원이 버티면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정책들이 입법화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맨친 의원은 ‘워싱턴에서 가장 몸값 높은 정치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맨친의 보수적 성향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빈곤률이 6위(2019년 기준)로 소득이 낮고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구 특성을 반영한다.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6차례 대선에서 모두 공화당 후보(조지 W. 부시, 존 매케인, 밋 롬니, 트럼프) 손을 들어준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유일한 민주당 소속 연방 의원이다. 2024년 3선 도전을 향하고 있다. 그는 1982년 35살 나이로 웨스트버지니아주 하원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한 뒤 주 상원의원, 주 국무장관을 거쳐 2010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돼 10여년간 워싱턴 정치를 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탄광마을인 파밍턴의 시장을 지냈고, 삼촌은 웨스트버지니아주 하원의원과 국무장관을 지낸 정치인 집안 출신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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