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각) 주요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영국 런던에서 브루나이의 에리완 유소프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각) 미 정부 대북정책의 중심은 외교라며, 관여할 기회를 잡을지 말지는 북한에 달렸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날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과 한 화상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외교를 재개할 희망이 있다고 믿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미 정부가 최근 검토를 완료한 대북정책을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외교를 모색하는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외교적으로 관여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진전하기 위한 방법들이 있는지 볼 기회를 잡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며칠, 몇달 안에 북한이 뭐라고 말하는지 뿐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를 지켜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우리는 외교를 중심에 두는 매우 분명한 정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기초 위에서 관여하고 싶은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에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외교를 통한 실용적 접근’이라는 대북정책의 큰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에 공을 넘긴 것이다.
북한은 백악관이 지난달 30일 밝힌 대북정책의 이같은 얼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북한은 그 전에 있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이란·북한의 핵위협에 외교와 엄격한 억지력으로 대응”이라는 의회 연설과, 국무부 대변인의 북한 인권 상황 비판 성명을 문제삼아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을 추가로 더 자극하지 않고 대화의 문을 열어둔 채 ‘외교적 기회를 잡으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블링컨 장관이 “며칠, 몇달”을 언급하며 북한의 말 뿐 아니라 실제 행동까지 지켜보겠다고 한 것은 비핵화 진전을 위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북정책을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첫째는 이 문제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라는 인식”이라며 이같은 역사를 고려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진전시킬 효과적인 정책이 무엇일지를 찾고 싶었기에 신중하게 정책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또한 “둘째로 우리는 한국, 일본 등 가까운 동맹부터 시작해 이 문제에 우려를 갖고 있는 모든 나라들과 매우 활발하게 상의하고 싶었기에 신중한 방식으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접근에 있어서 한국, 일본 등 동맹·우방과 앞으로도 긴밀하게 조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정의용 외교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런던에서 만나 미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공유했다. 정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결정된 것을 환영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됐다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해 ‘일괄타결도 전략적 인내도 아닌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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