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얀마 양곤에서 한 시민이 쿠데타 반대 시위 도중 사망한 친척의 장례식에서 울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미얀마 민주화 시위가 40일을 넘었습니다. 지난 일주일 사이 군부의 강경진압 수위는 극에 달했습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 시위 도중 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난 한 여성의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이 여성은 집 마당 한편에 몸을 웅크린 채 나무를 붙잡고 공포에 질린 채 꼼짝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등에는 구타 흔적이 있었고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습니다. 연행됐던 이 여성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아도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지난 9일과 10일에는 연행됐던 전 집권 여당(NLD·민주주의민족동맹) 간부 2명이 구타·고문이 의심되는 흔적과 함께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11일 중북부 지역에서 8명이 죽었고, 휴일이었던 13~14일에는 70명이 넘는 시민들이 군경의 총격에 희생됐습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 집계를 보면, 전체 사망자 수는 183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이 갈등의 끝에 상상을 뛰어넘는 잔혹함이 기다리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15일 미얀마 양곤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바리케이드 앞에 서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미얀마 군부의 유혈 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유엔 특사 및 일부 국가가 강력한 제재를 요구했지만, 중국·러시아·인도·베트남의 반대로 ‘제재’가 아닌 ‘규탄’에 그쳤습니다. 이런 규탄이 과연 미얀마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13~14일 7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데서 보듯이, 과연 몇번의 규탄과 몇번의 희생이 반복되어야만 이들의 눈물이 그칠 수 있을까요?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산다고 상상해 봐요.)
베트남전을 종식시키는 데 역할을 했던 ‘이매진’(Imagine)이라는 노래를 아실 겁니다. 과거 캄보디아 대학살을 영화화한 <킬링필드>의 영화음악으로도 쓰인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만든 주인공은 비틀스의 리더 존 레넌입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평화와 반전에 대한 울림을 줬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21세기 우리에게는 제2의 존 레넌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전 세계 유튜브 조회수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청년들은 날마다 한국의 케이팝을 듣고 즐깁니다. 자발적 팬클럽도 적지 않아, 주말이면 공원에 수십명의 청년들이 모여 케이팝을 듣고 춤 연습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이들 중 상당수는 거리로 나갔고, 일부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최근 한국 연예인들의 미얀마 시위 지지 움직임은 이들에게 큰 위로로 다가옵니다. 이 청년들이 다시 자유롭게 케이팝을 듣고 웃으며 춤추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미얀마는 70년 전 한국전쟁 당시, 우리에게 5만달러어치의 쌀을 지원해준 국가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광주의 아픈 역사를 재조명하고 자유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있습니다. 우리의 힘으로 세상에 또 한번의 울림을 전할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양곤/천기홍 부산외국어대 미얀마어과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