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미얀마 양곤 시내에 대규모 시민들이 모여 쿠데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최근 군 장갑차 투입 등으로 규모가 줄었던 미얀마 시민들의 쿠데타 반대 시위가 17일(현지시각) 다시 증가했다. 전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추가 기소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이날 대규모 폭력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오전 미얀마 현지 언론과 양곤 거주 교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시내에는 상당수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쿠데타 반대 시위를 벌였다. 전날에 비해 시위 규모가 훨씬 커졌다. 양곤에서는 지난 14일 군부가 장갑차와 군 인력 등을 배치하고 이튿날부터 사흘 연속 인터넷을 끊는 등 강경 진압 분위기를 보이자 시위 규모가 크게 줄었었다.
한 교민은 <한겨레>에 “전날 수치 고문에 대한 추가 기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규모 항의 집회가 예정됐다. 오전부터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 곳곳이 막혔다”며 “군이 강경진압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충돌이 예상되는 등 많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규모 시위 계획과 군 병력의 집결이라는 두 가지 상황이 동시에 일어나는 걸 볼 때 군부가 미얀마 국민을 상대로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며 “지난 1일 쿠데타 이후 보았던 것보다 더 큰 규모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미얀마에서는 사흘 연속 새벽 시간대에 인터넷이 차단됐고, 군 병력이 양곤 등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부는 법 개정을 속속 진행해 시민들을 압박했다. 군부는 최근 형법 124조를 개정해 정부와 군, 군 인사에 대한 불만이나 혐오를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최고 징역 3년인 처벌 수위를 징역 7~20년으로 대폭 높인 것이다. 군부는 앞서 지방 행정법을 개정해 방문객 신고를 의무화했고, ‘개인 자유와 안보를 위한 시민보호법’을 무력화해 법원의 허가 없이 시민을 체포·구금하거나 압수 수색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미얀마 경찰은 지난 1일 가택 연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16일 자연재해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 혐의는 가택연금된 윈 민 대통령에게 적용한 것과 같은 것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징역 3년에 처해진다. 애초 수치 고문은 지난 15일까지가 구금 기간이었지만, 법원이 이틀을 더 구금하도록 해 추가 기소 전망이 나왔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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