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공매도와 개인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 대결로 최근 미국 증권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식으로 떠오른 게임스톱의 뉴욕 맨해튼 매장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게임스톱 등 일부 주식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광풍에 놀란 미국 증권사들이 개인의 주식 매입을 제한했다가, 투자자들과 정치권의 비판이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주가를 떨어뜨려 이익을 얻으려는 헤지펀드들을 개인 투자자들이 뭉쳐 막아낸 ‘헤지펀드와 개미의 대결’을 계기로 증권계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고 미 의회가 청문회를 열기로 하는 등 파장이 예상 밖의 방향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온라인 증권 서비스 로빈후드를 비롯한 몇몇 증권사들이 28일(현지시각) 게임스톱 등 가격 이상 급등 종목의 매수를 제한하면서 이들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보도했다. 전날 134.8% 폭등했던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의 주가는 44.3%나 떨어졌다. 극장 체인 에이엠시(AMC) 엔터테인먼트(-57%), 통신 소프트웨어 업체 블랙베리(-42%), 생활용품 판매업체 ‘베드 배스 앤드 비욘드’(-36%), 헤드폰 업체 코스(-28%) 등 이상 급등 5개 종목의 주가가 모두 폭락했다.
증권사들의 매수 제한은 즉각 강한 반발을 불렀다. 한 로빈후드 이용자는 투자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로빈후드에 대한 집단소송을 뉴욕 연방법원에 제기했고, 개인 투자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증권사들이 헤지펀드 편을 든다는 비판 글들이 쏟아졌다.
정치인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대표적인 금융계 규제론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당)은 성명을 내어 “게임스톱 주식 거래에 놀란 헤지펀드, 사모펀드, 부자 투자자들은 그동안 증시를 개인 카지노처럼 갖고 놀면서 다른 이들이 대신 비용을 치르게 했다”며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의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같은 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도 트위터에 쓴 글에서 “개인 투자자의 주식 매입은 금지하며 헤지펀드들은 자유롭게 거래하게 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일원으로, 필요하면 청문회 개최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념적으로는 그와 정반대에 있는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 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말을 덧붙여 다시 트위터에 올렸다. 소속 당과 이념을 넘어 금융계 비판에 동참한 것이다.
파장이 커지자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와 상원 은행위원회가 이번 사태를 다룰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맥신 워터스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은 “비윤리적 행위로 시장 변동성을 초래한 헤지펀드들에 대응해야 한다”며 “헤지펀드와 그들의 협력자들이 어떻게 시장을 조작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게임스톱 주식에 관련된 로빈후드의 활동 등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혀, 이번 사태가 검찰 개입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매 제한 조처를 취한 증권사 찰스슈와브가 “고객들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고 밝히는 등 금융계는 투기적 거래의 위험을 강조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게임스톱 사태’가 헤지펀드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에 투기 심리가 결합하면서 나타났다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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