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시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때 독일 여성단체 ‘코라쥬’(용기) 회원들이 소녀상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독일 베를린 당국이 도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철거를 명령했다.
베를린 미테구는 지난 7일(현지시각)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에 오는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한정화 코리아협의회장이 밝혔다. 미테구는 자진 철거를 하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을 하고 코리아협의회에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미테구는 사전에 알리지 않고 비문을 설치해 독일과 일본 관계에 긴장이 조성됐다고 철거 명령의 배경을 설명했다. “미테구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고 일본에 반대하는 인상을 준다”며 “일방적인 공공장소의 도구화를 거부한다”는 설명이다.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다는 등의 설명이 담겼다. 한 회장은 “우선 미테구와 대화를 통해 설득할 것”이라며, 현지에서 연대해온 50여개 시민단체와 협력해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코리아협의회는 지난달 28일 독일의 여성인권단체들과 힘을 모아 베를린시 미테구 공공부지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했다. 독일에서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세번째인데, 공공장소에 세워진 것은 처음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러자 당시 유럽 순방 중이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1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과 40분간 화상회담을 열어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모테기 외무상도 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당시 소녀상 철거 요구를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소녀상 철거 압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소녀상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과 관련한 추모 교육을 위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조형물이다. 이것을 인위적으로 철거하고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고, 일본 스스로 밝힌 바 있는 책임 통감과 사죄 반성의 정신에도 역행하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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