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경찰청 앞에서 14일 흑인 남성 레이샤드 브룩스가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열린 시위에서 한 남성이 그동안 경찰의 과잉진압 도중 숨진 수많은 이들의 이름과 함께 ‘너무나 많은 이들이 희생됐으나 여전히 정의는 실현되지 않았다’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있다. 애틀랜타/EPA 연합뉴스
유엔 인권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열어 인종 차별과 경찰의 과잉 진압 문제를 논의한다.
인권이사회가 15일(현지시각) 아프리카 54개 국가들의 요청으로 오는 17일 긴급회의를 열어 해당 사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 이후, 전세계적으로 인종차별 및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에 항의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아프리카 54개 국가를 대표해 디유도네 데지레 수구리 주제네바 부르키나파소 대표부 대사는 지난 12일 엘리자베트 티치피슬베르거 인권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인종에 따른 인권 침해와 아프리카계 사람들에 대한 경찰의 만행, 평화적으로 열리는 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폭력 문제를 토론하자”고 요구했다.
앞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위니 비아니마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사무국장, 나탈리아 카넴 유엔인구기금(UNFPA) 총재 등 유엔 내 아프리카계 고위 지도자 20여명도 전날 “세계적 재앙인 인종차별 행위를 비난하는 것만으론 불충분하다”며 “(유엔이) 근본적인 원인과 구조적인 변화를 다뤄야 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유엔의 목적을 규정한 ‘유엔헌장 제1조’가 ‘인종·성별·언어 또는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고 장려함에 있어 국제적 목적을 달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위상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플로이드의 가족 등 경찰 폭력 희생자 가족들과 600개가 넘는 시민단체들도 지난 8일 인권이사회 소속 47개 회원국에 서한을 보내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하며 미국 경찰의 폭력에 희생된 흑인 사망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존 피셔 제네바 사무소장은 인권이사회가 긴급 소집된 것과 관련 <아에프페>(AFP) 통신 인터뷰에서 인권이사회가 미국 내에서 시스템적으로 이뤄지는 인종 차별 문제 등에 대한 조사를 주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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