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앞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홍콩 보안법 초안 가결 등과 관련해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29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과 홍콩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중 갈등이 최고조를 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중국의 홍콩 보안법 강행에 따라 미-중 무역합의가 계속 유지될 것인지를 묻자 “우리는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벌어지는 일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 186개국에 걸쳐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고도 했다. 중국 후베이선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거듭 중국 책임론을 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가 중국과 관련해 하고 있는 것을 내일(29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도 코로나19와 관련해 “전세계에 걸쳐 중국으로부터의 매우 나쁜 ‘선물’인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속되고 있다. 좋지 않다!”고 적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홍콩에 어떤 조처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제재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 군대와 연결되는 미국내 수천명의 중국인 대학원생 비자를 취소하는 방안이 검토된다고 보도했다. 홍콩 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 관리와 기업 등에 대한 자산 동결 등도 거론된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지도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중국이 현지시각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열어 홍콩 보안법 초안 권고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키기 전, 미 의회에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자치권을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이 홍콩에 적용해온 무역·관세·투자·비자 등 특혜를 중단할 수 있다. 예컨대, 관세 특혜를 없애면 미국이 홍콩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에 중국처럼 최고 25%의 관세가 붙는 등 홍콩 경제에 타격이 가해진다. 이는 본토인 중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와 관련해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시엔비시>(CNBC) 인터뷰에서 “중국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은 기본적으로 홍콩의 자유를 강탈했다. 우리는 이걸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필요하면 홍콩은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대우받아야 할 수도 있다”며 “그것은 관세와 금융 투명성, 주식시장 상장 및 관련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해 관세·무역·투자·비자 등에서의 혜택을 없앨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에서도 미국과 영국의 요구로 29일 비공개 영상회의 방식의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열기로 하는 등 중국의 홍콩 보안법 추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27일 미국이 홍콩 보안법 관련해 안보리 회의 개최를 요구하자 거부했다.
앞서 지난 28일 중국 제13기 전인대는 국제 사회의 반대에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3차 전체회의를 열어 ‘홍콩 특별행정구 국가안보 수호 법률 제도와 집행 기제 수립 및 완비 관련 결정’(홍콩 보안법) 초안 권고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홍콩 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안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민주화 운동 등 홍콩 내 자유를 억압하는 법으로 여겨져 홍콩 시민들의 거센 반발과 국제 사회의 비판이 일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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