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21일 정부청사에서 주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중국 당국의 ‘내정 간섭성’ 발언에 대한 논란 속에 홍콩 반환의 대전제인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를 둘러싼 때아닌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21일 <홍콩공영방송>(RTHK) 등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주례 기자회견에서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이 부여됐다고 해서, 중앙정부의 ‘감독권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행정장관인 내가 각 부처 장관에게 업무를 위임했다고 해서 행정장관으로서 권한을 포기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람 장관의 이런 발언은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과 홍콩 주재 중국중앙정부연락판공실(중련판) 쪽이 최근 내놓은 성명을 놓고, 홍콩 내정에 대한 불간섭을 규정한 홍콩 기본법 제22조를 위반했다는 야권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람 장관은 “중앙정부를 대신하는 중련판은 홍콩 상황에 대한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권한과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내정간섭’이 아닌 ‘감독권한’ 행사일 뿐이란 얘기다. 중련판 등은 지난 13일 각각 성명을 내어 람 장관 정부의 코로나19 대책 등에 반대해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에 나선 민주파 입법의원들을 겨냥해 “방역에 집중해야 할 때 더러운 술수를 쓰고 있다”고 맹비난해 여론의 반발을 부른 바 있다.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 제22조는 “중앙 인민정부 소속 모든 부서, 성, 자치구, 직할시는 홍콩특별행정구가 이 법에 근거해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사무에 간섭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본법에 따른 선거 등의 업무와 중앙정부와의 연락 사무 등을 담당하는 홍콩 정제내지사무국은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세차례 자료를 내어 중련판 등의 성명이 홍콩 내정간섭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엇갈리는 해석을 내놔 논란을 키운 바 있다. 홍콩 당국은 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패트릭 닙 정제내지 국장을 이날 전격 교체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기본법 입법 과정에 참여했던 마틴 리 민주당 초대 주석의 말을 따 “입법 당시 이와 관련한 논란이 생길 것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모든’이란 표현을 썼는데도 예외가 있을 수 있느냐”고 전했다.
한편, 홍콩 독립 성향의 정치단체 ‘데모시스토’는 20일 자료를 내어 중련판이 주거·사무·상업용 건물과 주차장 등 34억홍콩달러(약 5400억원) 규모의 부동산 물건 757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특히 우산혁명 직후인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부동산 물건 130건을 추가로 사는 등 외연을 넓힌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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