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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중, 죽은 덩샤오핑까지 불러내며 “홍콩 무력개입은 권리”

등록 2019-08-26 19:26수정 2019-08-27 08:24

26일로 79일째 맞은 홍콩 반송중 시위
‘79일 기록 2014년 우산혁명’ 넘어서

중 당국, 해법 없이 전방위적 압박만
물대포에 경고사격까지…‘굴복’ 원하나?
25일 밤 홍콩 도심에서 반송중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이 시위대에게 수적으로 밀리자 실탄 경고사격을 한 뒤 권총을 시위대에게 겨누고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25일 밤 홍콩 도심에서 반송중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이 시위대에게 수적으로 밀리자 실탄 경고사격을 한 뒤 권총을 시위대에게 겨누고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가 26일로 79일째를 맞았다. 홍콩 도심을 점거하고 광범위한 정치개혁을 요구했던 2014년 ‘우산혁명’은 79일 만에 성과 없이 막을 내렸지만, 12주차로 접어든 반송중 시위는 여전히 뜨겁다.

시위 진압에 물대포가 동원되고, 시위대를 겨냥한 경찰의 실탄 경고사격 등 전례 없는 장면도 연출됐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은 별다른 해법 제시 없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앞세워 “언제든 무력 개입이 가능하다”는 위협만 되풀이하고 있다. 전방위 압박을 통해 시위대에게 ‘일방적인 굴복’을 강요하는 모양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6일치 해외판 2면에 ‘덩샤오핑 동지의 홍콩 관련 중요 연설 검토 심포지엄’ 소식을 자세히 소개했다. ‘덩샤오핑 탄생 115주년’에 즈음해 지난 24일 홍콩에 인접한 선전에서 전문가 4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만장일치로 “홍콩 특별구의 헌정질서 유지”를 강조했다는 얘기다.

행사에서 쉬쩌 전국홍콩·마카오연구회장은 “‘일국양제’는 통일과 발전이란 두 기본 요소로 이뤄졌다”며 “일국과 양제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저우예중 우한대 부학장은 “‘일국’이 양제의 전제이자 기초다. ‘일국’ 없이는 ‘양제’도 없다”고 했다. 중국 중앙정부에 노골적 반감을 표출해온 반송중 시위대를 정면으로 겨냥한 경고로 읽힌다.

무력 개입에 대한 위협도 이어졌다. 관영 <신화통신>은 25일 밤 인터넷판 시평에서 “홍콩에서 동란이 발생하면 중앙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덩샤오핑의 생전 발언을 인용해 “홍콩 기본법과 주둔군법 (개입) 관련 조항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이는 중앙정부의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24일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은 부대에만 머무르는 허수아비가 아닌 일국양제의 중요한 일부”라며 “홍콩의 질서와 평화를 회복하고 일국양제가 적절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당연히 개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압박은 민간 기업들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5일(미국시각) 반송중 시위 참여를 직원들의 ‘사생활’로 간주하던 홍콩 주재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압박에 몰려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 한 외국계 회계법인은 반송중 시위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개별적인 행동으로 회사에 문제가 생겨선 안 된다”는 경고문을 보내기도 했다.

앞서 홍콩 국적기 캐세이항공은 지난 16일 루퍼트 호그 최고경영자와 폴 루 최고고객책임자가 반송중 시위 여파로 동반 사임하기도 했다. 이 회사 소속 조종사 1명이 시위 도중 체포돼 ‘폭동’ 혐의로 기소되는 등 직원 상당수가 시위에 가담하자, 중국 당국은 지난 9일 시위 참가 직원의 본토행 노선 근무 배제를 명한 바 있다. 로널드 람 신임 최고고객책임자는 22일 “홍콩 정부와 경찰을 적극 지지한다”는 서한을 협력업체에 보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홍콩 당국의 대응도 전례 없이 강경해지고 있다. 26일 <홍콩 프리프레스>는 전날 오후 열린 반송중 집회 뒤 일부 참석자가 도로를 가로막고 경찰과 격렬한 공방전을 벌이자, 경찰이 사상 처음으로 물대포 차량 2대를 시위 진압에 투입했다고 전했다. 또한, 흩어진 시위대가 도심에서 재집결해 기습 시위에 나서자 경찰 진압조가 급파됐지만, 시위대에게 수적으로 밀리자 이번엔 휴대하고 있던 권총을 빼들어 하늘을 향해 실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경고용이라지만 실탄 발사도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공개한 현장 영상을 보면, 실탄 발사 뒤 권총을 빼든 경찰이 총구를 시위대에 겨냥하자 한 시민이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벌려 가로막았다. 경찰은 그의 가슴을 발로 차고, 총구를 주변 시민과 취재진에게도 겨눴다. 경찰 쪽은 “생명에 위협을 느낀 경찰이 38구경 권총을 한발 발사했으며, (만류하는 시민을 걷어찬 것은) 폭력 시위대와 구분하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나온 반응”이라고 해명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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