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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북, 풍계리 핵실험장 미 사찰단 초청…‘비핵화 신뢰’ 첫걸음

등록 2018-10-08 15:55수정 2018-10-08 22:25

미 국무부 “김정은 위원장이
불가역적 해체 확인받으려 초대”
폼페이오 “북 준비되는 대로 갈 것”

다른 핵시설 사찰 출발점이자
‘선 핵신고’ → ‘행동·검증 먼저’
비핵화 방법론 변화 신호
트럼프 “싱가포르 합의 진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불가역적으로 해체됐는지’를 확인할 사찰단을 초청했다고 미국 국무부가 7일(현지시각) 밝혔다.

앞서 북한은 5월24일 풍계리에 한국·미국·중국·영국·러시아 5개국 취재진을 초청해 ‘북부핵시험장’을 폭파·폐기했으나, 한·미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보여주기식 폭파쇼’ ‘사기극’이라는 등의 비난이 일었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전문가들이 현장에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국무부의 이날 발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7일 평양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북한의 유일무이한 핵실험장인 ‘북부핵시험장’이 ‘영구적’(미국 용어로는 ‘불가역적’)으로 폐기됐음을 미국 정부의 전문가들이 현장을 방문해 ‘참관’(미국 용어로는 ‘검증’)할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김정은식 ‘비핵화 신뢰 조성 조처’는 두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우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긴 여정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첫 검증이자, 다른 핵무기·시설에 대한 사찰·검증으로 나아갈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둘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협의를 계기로 그동안 대북 협상 과정에서 강조해온 ‘핵 리스트 신고 먼저’라는 비핵화 방법론에 변화를 주는 신호로 읽혀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핵 리스트 신고’는 언급하지 않고 동창리와 영변 등 ‘실물·행동(+검증) 중심’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제시한 대목과 맥이 닿는다. 남북 정상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거듭 다짐하며, “동창리 엔진시험장·미사일발사대, 유관국 전문가 참관 아래 영구 폐기”(선의의 일방 조처)+“미국이 6·12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추가 조처”(조건부 추가 조처)라는 ‘비핵화 초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을 포함한 한국·중국·일본 4국 순방을 전후해 ‘핵 (리스트) 신고’를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 결과와 관련해 발표한 보도자료에도 ‘핵 신고’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눈여겨볼 만한 변화다.

나워트 대변인은 보도자료에서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이 불가역적으로 해체됐음을 확인받기 위해 사찰단을 초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 두 사람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한 공동성명에 담긴 네가지 요소에 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6·12 북-미 공동성명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지향 △전쟁포로·실종자 유해 발굴·송환 등 4개 항목이 뼈대를 이루고 있다.

‘폐기된 풍계리 핵시험장에 미국 검증단 초청’ 방안은, 9월20일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회담을 마치고 돌아와 ‘대국민 보고’ 때 밝힌 “(비핵화와 관련해) 논의한 내용 가운데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들”의 하나로 이해된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8일 오전 중국으로 떠나기 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진행된 수행 기자단 인터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는 시기와 관련해 “(검증을 위한) 실무작업이 끝나고, 김 위원장이 준비가 되는 대로”라고 말했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남북의 평양공동선언과 어제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이 논의한 이슈를 종합해보면, 우리는 지금 싱가포르 공동성명, 그중에서도 특히 비핵화 이슈가 이행되는 첫 흐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가 ‘선 핵신고’라는 큰 장애물을 에돌아 본격적인 비핵화의 첫발을 내딛기 시작하고 있음을 드러낸 말이다.

외교가에서는 북-미가 풍계리 핵실험장 검증에 합의했다면 김 위원장이 ‘평양공동선언’에서 약속한 “동창리 엔진시험장·미사일발사대, 유관국 전문가 참관 아래 영구 폐기” 관련 논의도 거쳤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동창리 시설과 관련해 “그것(참관 속 영구 폐기) 역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평양공동선언을 보면, 북한 핵 능력의 상징이자 ‘심장’인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는 “미국이 6·12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 종전선언 문제를 포함해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어디까지 논의하고 무엇을 ‘합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북-미 양쪽 모두 이에 대해 구체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 자신이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2021년 1월) 전 ‘비핵화, 북-미 관계 정상화’ 완료의 로드맵을 설명했을 것”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구체적인 합의가 나올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미국이 북한에 내줘야 하는 상응조처는 양쪽이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로드맵과 세부 내용을 짜맞춘 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좋은 만남을 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에 관한 진전이 이뤄졌다”며 “가까운 미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이제훈 선임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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