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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드라마보다 더 막장, 영국 보수당 ‘배신의 계절’

등록 2016-07-01 17:04수정 2016-07-01 22:17

브렉시트 일등공신 존슨 당대표 경선 불출마
고브 배신에 ‘브루투스 칼에 찔린 카이사르’ 신세
일인자 탐냈던 고브는 메이에 총리직 내줄 판
지난 24일(현지시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진영의 대표적인 캠페이너였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오른쪽)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존슨 전 시장은 영국의 차기 총리 ‘0순위’로 점쳐졌으나, 존슨의 지지자이자 러닝메이트 예상 후보였던 고브 장관이 존슨보다 앞서 보수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자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언론들은 존슨을 ‘브루투스의 칼에 찔린 카이사르’에 비유하고 있다. 런던/ AFP 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진영의 대표적인 캠페이너였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오른쪽)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존슨 전 시장은 영국의 차기 총리 ‘0순위’로 점쳐졌으나, 존슨의 지지자이자 러닝메이트 예상 후보였던 고브 장관이 존슨보다 앞서 보수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자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언론들은 존슨을 ‘브루투스의 칼에 찔린 카이사르’에 비유하고 있다. 런던/ AFP 연합뉴스

“브루투스, 너마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일등 공신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30년 지기이자 브렉시트 동지인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한테 허를 찔린 뒤 ‘브루투스의 칼에 찔린 카이사르’의 처지가 됐다. 유럽연합과 브렉시트 협상을 맡게 될 영국 차기 총리 선출을 앞두고 있는 보수당이 셰익스피어도 울고 갈 ‘배신의 정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외신들은 <율리우스 카이사르> <하우스 오브 카드> <왕좌의 게임> 등 온갖 정치극에 상황을 빗대며 ‘영국판 막장 정치’에 대한 관전평을 쏟아내고 있다.

30일(현지시각) 고브 장관의 보수당 대표 경선 출마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가디언>은 “(브렉시트 이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한계점에 다다른 존슨에게 고브가 벼락같은 결정타를 날렸다”고 썼다. 고브는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존슨을 굳이 설득해 브렉시트 진영의 선봉장으로 내세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고브는 불과 2주일 전 “나는 그 일(총리)에 요구되는 수준의 특출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총리직을 원하지 않고 재능도 없다고 자신을 낮췄다.

존슨의 지지자를 자처하던 고브는 마지막 순간 ‘발톱’을 드러냈다. 그는 대표 경선 후보등록 마감날 “보리스는 내가 바라는 방식으로 팀을 단결시키고 당과 나라를 이끌 능력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존슨보다 한발 앞서 출마를 선언해 버렸다. 전날 많은 보수당 의원들이 자신을 찾아왔고, 고심 끝에 결단했다는 설명이다. 나이절 에번스 의원은 “(고브가) 보리스를 정면에서 찔렀다”고 표현했다.

존슨은 9시간 뒤 결국 “동료와 논의했고 의회 여건들을 고려해 내가 총리가 될 사람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존슨은 카이사르를 살해한 브루투스의 대사를 인용해 “역사의 파도에 맞서 싸울 때가 아니라 밀려오는 파도를 타고 운명을 항해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이날 “(유럽연합 잔류에서 탈퇴로 돌아선) 존슨은 스스로 캐머런에게 브루투스 같은 역할을 했고, 곧이어 고브에 의해 카이사르가 됐다”며 “배신을 당한 배신자는 지금 화가 났다기보다 후회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브의 막판 출마 선언은 ‘존슨 저지’를 공언해 온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쪽이 공들인 ‘작품’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브의 쿠데타가 오래 전부터 계획됐다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가디언>은 “고브 장관이 몇 달 전 오랜 정치적 동지인 캐머런 총리와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에게 등을 돌리고 브렉시트에 찬성할 때부터 이러한 권모술수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29일 언론에 공개된 고브의 아내 세라 바인의 이메일 역시 의도된 유출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바인이 고브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구체적으로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면 존슨을 지지하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배신자라는 낙인까지 찍혀가며 일인자의 자리를 넘본 고브는 ‘재주부린 곰’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존슨과 고브의 자중지란 와중에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은 마거릿 대처 이후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수 있는 유력한 고지를 차지했다. 익명을 요구한 존슨 지지 의원은 <가디언>에 “고브보다는 (캄보디아 독재자) 폴 포트에 투표할 것”이라며 메이 쪽으로 마음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채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해 온 메이 장관은 30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뜻한다”며 “브렉시트 재투표도, 뒷문을 통한 유럽연합 재가입도 없다”고 못박으며 유럽연합 잔류 가능성을 일축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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