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왼쪽)과 지난 13일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모습. 클린턴은 <워싱턴 포스트>와 <에이비시>(ABC) 방송이 26일(현지시각)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51%를 얻어 39%에 그친 트럼프를 지난가을 두 언론사의 공동 여론조사 시작 이래 처음으로 두자릿수(12%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AFP 연합뉴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은 본격적인 상승세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워싱턴 포스트>와 <에이비시>(ABC) 방송이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51%의 지지율로, 39%에 그친 트럼프를 지난가을 조사 시작 이래 처음으로 두자릿수 차이로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조사에선 클린턴 44%, 트럼프 46%였으나 한달 만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여파는 아직 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클린턴은 지난 16일 워싱턴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끝으로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마무리되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5월 <워싱턴 포스트>와 <에이비시> 조사에서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 가운데 20%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응답했으나, 이번 조사에선 8%만 트럼프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샌더스 지지자 상당수가 이제 클린턴 쪽으로 돌아서면서 클린턴이 힘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전당대회(7월18~21일)를 불과 3주 앞두고 큰 고빗사위를 맞았다. 전체 응답자 64%는 ‘트럼프의 대통령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공화당 지도부와 주류의 반트럼프 전선도 악재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은 26일 <에이비시>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에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하는 부담은 명백히 트럼프가 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헨리 폴슨, 국가안보보좌관 출신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이 잇따라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 지지를 택했다. 공화당 이론가인 조지 윌은 “그(트럼프)가 반드시 패배하게 하자. 이를 악물고 4년 뒤 백악관을 되찾자”며 이번 선거를 아예 포기한다는 발언과 함께 공화당 탈당까지 선언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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