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된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와 아소 다로 재무장관(오른쪽), 이시하라 노부테루 경제재생상(왼쪽)이 도쿄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도쿄/ AFP 연합뉴스
영국의 지난 24일 ‘브렉시트’ 결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지구 반대편의 일본이었다. 영국으로부터 전해진 ‘날벼락’에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24일 닛케이 주가가 폭락하고 아베 총리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유지해왔던 ‘엔저’가 단숨에 무너졌다.
일본의 정부·여당은 브렉시트가 7월10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 나아가 일본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지난 24일 브렉시트 소식이 전해진 뒤 유세지에서 관저로 복귀해 각료들과 긴급회의를 열었고, 25일엔 재무성·금융청·일본은행 등이 모였다. 그러나 공식적으론 “이번주 금융시장의 동향을 봐가면서 적절히 대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에 그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브렉시트로 인해) 돈의 도피가 너무 급속히 이뤄질 경우 경기와 물가의 하방 압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개입할 수 밖에 없다. (엔 환율을 미-일의 첨예한 이해가 달린 문제라) 미국의 사전 양해가 있는 게 원칙이지만 일본이 단독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재무성의 한 간부는 일본의 시장 개입에 대한 미국의 묵인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최후엔 국익과 국익의 싸움이 된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미-일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개입 의지를 밝히는 것은 엔고가 아베 총리의 간판 정책인 아베노믹스에 궤멸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은 지난 2013년 4월 양적완화를 통해 엔저를 유도하고 그로 인해 수출 주도 대기업들의 실적을 개선해 그 효과를 사회 전체로 확산하는 아베노믹스의 선순환 효과를 기대해 왔다. 실제 <아사히신문>은 대부분 기업이 올해 상반기 환율 예측을 1달러에 110엔으로 예측하고 있었다고 지적했고, 미즈호종합연구소에선 엔이 1달러에 100엔 아래로 떨어지면 “일본 국내의 (제조업의) 생산활동의 채산이 안 맞는다. 그렇게 되면 설비투자가 급속히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하며, 1년 동안 이 상태가 이어지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0.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위기는 수출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한국에겐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출 경쟁에서는 환율 외에 다른 변수가 많은데다 브렉시트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 한국 기업들의 수출도 덩달아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시아태평양실 일본팀장은 “엔고 현상은 한국 기업에게 단기적 호재로서 나쁠 것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이 가격 위주로 경쟁하기 보다는 상품의 질 등 비가격 경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엔고로 한국 기업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장기적으로 금융권 쇼크가 실물경제로 이어진다고 볼 때, 오히려 세계 경제 불황에 따른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대비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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