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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영 피살 하원의원 추도식 “조 콕스는 21세기 사마리아인”

등록 2016-06-20 16:21수정 2016-06-20 16:27

“열정으로 싸우고 웃음으로 무장해제 시킨 빈자들의 의원”
지역구 주민들 “우리 조” 추모 위해 도서관 개명 운동 추진
19일 오전(현지시각) 영국 중부 웨스트요크셔 비스톨의 세인트피터 교회에서 폴 나이트 목사의 집례로 지난 16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는 토마스 메어에 의해 피살된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의 추도식이 치러지고 있다. 비스톨/AFP 연합뉴스
19일 오전(현지시각) 영국 중부 웨스트요크셔 비스톨의 세인트피터 교회에서 폴 나이트 목사의 집례로 지난 16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는 토마스 메어에 의해 피살된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의 추도식이 치러지고 있다. 비스톨/AFP 연합뉴스

지난 16일(현지시각) 피살된 조 콕스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의 추도식은 “예수가 기뻐했을 21세기 사마리아인”을 떠나 보내는 아쉬움과 슬픔의 자리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악한 세상에서도 여전히 건재한 ‘인간의 선의’를 확인하며 콕스 의원의 뜻을 기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영국 의회는 콕스 의원의 죽음을 계기로 ‘영국 통합’을 상징하는 조처를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19일 오전 10시 영국 중부 웨스트요크셔 비스톨의 세인트피터 교회에서 폴 나이트 목사의 집례로 콕스 위원의 추도식이 치러졌다. 콕스 의원의 지역구인 웨스트요크셔의 배틀리·스펜 선거구 주민 50여명도 참석했다. 콕스 의원의 남편 브렌던 콕스와 두 자녀는 기상 악화로 참석하지 못했다. 브렌던은 트위터에 “조는 캠핑을 좋아했다. 지난밤 아이들과 나는 그녀와의 추억을 기리려고 캠핑을 왔고, 우리 모두가 새들의 지저귐으로 잠에서 깼던 마지막 순간을 추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나이트 목사는 “콕스는 예수가 함께 계셨더라면 기뻐했을 사람”이라며 “그녀의 인류애는 강력하고 설득력 있고, 우리는 그녀를 통해 21세기 선한 사마리아인의 놀라운 예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유대인에게 멸시를 당해왔지만, 강도를 만난 유대인을 온 힘을 다해 도운 사마리아인의 예화에서 따온 추모였다. 나이트 목사는 “그녀는 열정을 가지고 싸울 수 있고, 웃음으로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콕스 의원의 삶이 빛났던 만큼, 빛을 잃은 슬픔도 컸다. 교구 주민 레이프 위키스는 “끔찍한 일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리고 어머니를 잃은 슬픔으로 고통받기엔 충분히 자란, 조와 (남편) 브렌단의 아이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자라고 조의 삶과 업적에 대해 듣는다면, 그들은 그녀의 모범을 따를 것이고 그들 세대에 세상의 혜택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복무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가디언>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 노동당 예비내각 외무담당인 힐러리 벤 의원 등 고위 인사들도 이날 조문록에 글을 남겼다고 전했다. 캐머런 총리는 조문록에 정치계가 큰 재능을 가진 인물을 잃었다면서 콕스 의원을 ‘사랑하는 엄마, 부인 그리고 열정적인 운동가이자 하원의원’으로 묘사했다. 코빈 당수는 콕스 의원이 “인권과 정의를 위해 매우 헌신했다”고 썼다.

사건 현장에서 콕스 의원을 도우려고 몸을 던졌다가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은 77살의 시민 버나드 케니의 용기와 헌신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나이트 목사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많은 악이 있다. 그러나 신에게 감사하게도, 너무 많은 선량함이 있고, 선량함은 인종과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케니는 조 콕스가 한 것처럼 낯선이에게 똑같은 열정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비스톨에서는 “우리 조”(our Jo)를 추모하기 위해 콕스 의원이 살해된 장소인 도서관의 명칭을 콕스 도서관으로 바꾸자는 탄원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콕스 의원을 기리는 모금도 70만파운드(약 12억원)를 넘어섰다. 도서관 개명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 지역 트럭 기사 로건 와이더(29)는 “우리 모두 조를 자랑스러워하고, 이번 일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번 일은 우리 모두를 무너뜨렸다. 우리는 그녀를 기억할 수 있는 어떤 것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한테 환멸을 느끼는 일이 많지만, 조는 달랐다. 그녀는 이 곳을 걱정했고 그녀는 우리의 일부였다. 그녀를 향한 추모를 지속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영국 주요 정당들은 콕스 의원 추모 차원에서 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 와중에 반무슬림을 표방하는 극우 정당 리버티지비(LIberty Great Britain)의 잭 버크비 대변인은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빈축을 샀다. 트위터 사용자 매튜 맥기는 “이 나라 극우는 어떤 것에도 존경심이 없느냐”고 비판했다. 글리니스 엘리엇은 “형편없다. 잭 버크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고 적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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