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뉴욕/AFP 연합뉴스
로이터 인터뷰서 “문제 없다”
‘미치광이’ 취급과 결다른 입장
외교안보팀 수장 “상의 안해” 불만
‘미치광이’ 취급과 결다른 입장
외교안보팀 수장 “상의 안해” 불만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선거 캠프의 외교안보팀 수장 격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발언에 거리를 두는 등 아직 내부 논의가 정리되지 않은 모습도 내비쳤다.
트럼프는 17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해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대화할 것이다. 그와 대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북-미 간 최고위급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트럼프는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을 두고 ‘미치광이”라고 비판하는 등 ‘상종못할’ 인물처럼 치부해왔다. 트럼프는 이어 북핵 문제의 해결책으로 “미국은 중국에 대해 경제적으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지렛대로)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종종 얘기해 온 것으로, 워싱턴 외교가에서 암묵적으로 합의된 ‘중국 역할론’의 변형판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 대통령 후보, 특히 공화당 후보로는 매우 전향적인 의견으로 주목받을만 하지만, 진지한 내부 검토를 거친 정책적 판단의 결과로는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자문위원장인 세션스 의원은 이날 저녁 <시엔엔>(CNN) 프로그램에 출연해, 트럼프가 김 위원장과의 대화 문제를 자신과 상의하지 않았다며 “(대화를 하더라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조율되지 않은’ 트럼프의 발언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세션스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조금 심하다고 판단했든지 인터뷰 도중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사람 중 트럼프만큼 효과적으로 협상 방법을 이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손해를 볼 것 같진 않다”며 수습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미국 현직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 만난 사례는 없다. 지난 2008년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핵 해결을 전제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없다”(No)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미국, 한국, 북한을 포함해 모두 177개국이 지난 4월 서명한 파리 기후변화협정에 대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최소한 재협상을 할 것이며, 최대한으로는 무언가 다른 것을 할 수도 있다”며 협정 탈퇴 혹은 파기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파리협정은 각 국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하고 이를 실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산업화 과정을 먼저 거친데다 지금도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에 목표치와 감축시기에 다소 차이를 두고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는 파리 협정이 미국은 부당하게 대우하는 반면, 중국엔 유리하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은 협정을 30년 이내에 이행해야 하고, 우리는 거의 즉시 해야한다. 공정한 협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도널드 트럼프의 북한 관련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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