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31일 키예프 공항에 도착한 뒤, 아내 로라와 함께 리무진을 타고 공항을 떠나고 있다. 키예프/AFP 연합
나토회담 참석차…아프간 파병국 전투참여 호소
유럽 국민 지지 계속 하락·국방예산 크게 감소
유럽 국민 지지 계속 하락·국방예산 크게 감소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들에게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촉구하기 위해 유럽 순방길에 올랐다. 하지만 대다수 유럽 나라들은 ‘파병 피로증’을 호소하고 있어, 아프간전의 수렁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31일 우크라이나를 시작으로 유럽 순방에 나선 부시 대통령은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2~4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이 이번 순방 기간 나토 동맹국들에 아프간 전쟁 승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파병을 촉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대통령의 발길이 바빠진 것은, 2002년 붕괴한 탈레반 정권이 최근 우루즈간 등 아프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탈레반과 동맹군의 전투는 격화 중이며, 양쪽의 사상자도 지금까지 6700여명에 이르는 등 아프간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탈레반군을 제압해야 아프간 주둔 동맹군의 안전이 확보된다며 우방국 설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파병과 함께, 아프간 남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투에 적극 참여해줄 것도 촉구하고 있다. 자국 군대의 전투 참여를 막고 재건과 인도적 지원 활동만 허용하는 일부 파병국들의 유보조항 철회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외교적 해결보다는 전투에 치중하는 미국식 해결방식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시사주간 <타임>이 전했다. 게다가 재건 지원을 명분으로 파병 동의를 받은 이들 나라로서는 자국 군대의 전투 참여가 더더욱 부담스럽다. 평화유지가 안 돼 재건활동도 손놓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전투 참여를 설득하기엔 정치적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프간 전쟁에 대한 유럽 국민들의 지지도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독일에선 2002년 51%였던 아프간전 참여 지지도가 지난해 29%까지 떨어졌다. 스페인에서는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스페인군의 전면 철군을 요구했다. 지난주 영국을 방문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천명을 파병하겠다고 밝혔지만, 다수의 나토 회원국은 쉽게 파병을 거론할 형편이 아니다.
파병 피로감이 높아지는 데는 국방비 감소로 파병을 감당할 여력이 안 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1985년 이후 영국의 국방비가 40% 감축된 것을 비롯해, 독일과 프랑스도 국방비가 각각 15%, 7% 줄었다. 26개 나토 회원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의 2% 방위비 지출 유지’ 기준을 충족시키는 나라는 7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세번째로 많은 규모의 군대를 파병한 독일은 최근 의회 감사 결과, 무장차량의 예비부품과 위장복 등이 부족한 실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타임>은 나토 국가들 사이에 아프간전 수행과 미국 주도 대테러전쟁에서 나토의 역할을 둘러싸고 이견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이런 균열이 동맹의 미래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이 31일 모스크바의 우크라이나 대사관 앞에서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율리아 티모셴코 총리,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희화화한 포스터 등을 들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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