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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해적이 날뛴다

등록 2006-04-06 07:06

한국 선박 나포…현대판 해적에 이목 집중
쾌속정·로켓탄 무장, 인도양부터 대서양까지 출몰
상선·유조선 닥치는 대로 습격…10년 새 3배 증가
소말리아 새 위험지대 부상…국제범죄조직도 가세

인도양에서 조업 중이던 한국 선박 628동원호가 소말리아의 해적으로 추정되는 무장괴한들에 나포되면서 전세계 바다를 무대로 활동하는 해적들의 실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첨단 장비로 무장한 현대 해적들=해골 깃발을 나부끼며 대포와 칼을 쓰던 해적들은 이제 소형 쾌속정과 로켓추진수류탄(RPG), AK-47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점점 더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해적 활동을 감시하는 국제해사국(IMB)의 통계를 보면, ‘현대판 해적’들의 무대는 아프리카 서부 해안부터 인도양, 말라카해협, 남중국해, 남아메리카까지 전세계에 뻗어 있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해적 공격은 3배로 늘었다.

이 기구가 매달 공개하는 보고서를 보면, 해적들은 대형 화물선이나 유조선이 최단항로인 수에즈운하나 말라카해협 등을 지나기 위해선 근처에서부터 속도를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하고 있다. 소형 모터보트에 탄 해적들은 이들 선박에 빠르게 접근해 올라탄 뒤 승무원들을 위협해 배를 장악한다. 석유와 화물을 비롯해 금고의 현금을 빼앗는다. 때로는 배를 통째로 빼앗아, 새로 페인트를 칠하고 문서를 위조해 팔아버리기도 한다.

1998년 남중국해에서 유조선을 탈취한 해적들은 승무원들을 위협해 유조선 운항법을 배운 뒤, 새로 페인트칠을 하고 중국 항구로 끌고가 팔아버리려다가 붙잡혔다. 항구의 담당 관리들을 매수해 새 선박등록증을 받기도 한다. 소형 모터보트들은 평소에는 어선이나 소형 화물선으로 위장해 단속을 피하다가 순식간에 해적선으로 돌변한다. 선박들의 위성통신을 도청해 공격에 나설 정도로 첨단화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호화 유람선도 약탈당하는 소말리아 해역=상선과 유조선 등 바다를 이용한 무역거래가 계속 늘고 있어 해적들의 ‘먹잇감’도 풍부해지고 있다. 특히 해협이 좁은 데다 전세계 화물수송의 4분의 1 이상이 몰리는 말라카해협과 인도네시아 해역은 해적 출몰지역으로 가장 악명이 높다.

최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이 지역 정부들이 적극적인 단속작전에 나서면서 이 지역의 해적 활동은 주춤하고 있다. 국제해사국이 집계한 지난해 276건의 해적 공격 가운데 인도네시아 해역에선 79건이 발생해 여전히 ‘수위’를 차지했지만, 전년도의 94건에 비해선 적은 편이다. 말라카해역도 12건으로, 전년도의 38건보다 줄었다.

대신, 최근 해적 활동이 급증하고 있는 곳이 이번 628동원호 납치사건이 벌어진 아프리카 동부의 소말리아 해역이다.

소말리아는 1991년 시아드 바레의 사회주의 정부가 군벌들의 공격으로 무너진 뒤 15년 동안 내전과 무정부 상태에 빠져 있다. 이슬람계와 미국 등의 지원을 받는 군벌이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이슬람계 반군들이 알카에다와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2004년 의회가 구성돼 유수프 아흐메드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가 들어서긴 했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여전히 군벌들에 장악돼 있다. 정부는 해상 경비 활동을 할 수 없는 실정이어서, 최근 2개월 동안 미국 해군이 해적 단속작전을 벌이고 있다. 국제해사국은 소말리아 해안에서 200마일 안으로는 접근하지 말도록 권고하는 실정이다.

이런 정치적 혼란을 틈타 군벌들의 지원과 보호를 받는 해적들은 유엔 구호물자 수송 선박까지 닥치는대로 공격하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일단 배와 승무원들을 납치해 수십만달러의 몸값을 받은 뒤 풀어주고 있고, 이 돈은 군벌들의 주요 자금원이 되고 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해적들은 소말리아 내전 과정에서 흘러나온 무기들로 중무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소말리아 해적선 2척이 호화 유람선인 ‘시본 스피릿호’를 공격해 전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최근엔 인도 선적 화물선에 사다리를 걸치고 올라타 선원들을 납치한 뒤 몸값으로 50만달러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제 마피아도 개입=과거에는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 등의 반군들이 해적 활동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큰 수익을 노린 국제 범죄조직까지 해적 활동에 개입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제해사국의 포텐갈 무쿤단 사무국장은 지난해 <비비시>에 “해적들이 조직범죄단의 재정 지원을 받아 점점 정교한 공격에 나서고 있다. 조직범죄단은 훔친 화물을 파는 네트워크와 납치한 승무원들을 잡아둘 장소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원유 수출항이 있는 이라크 남부 해안과 탄자니아, 베트남 해역에서도 해적 활동이 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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