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혐의와 관련해 수사를 받던 중 숨진 배우 이선균씨의 사건을 보도한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27일자 기사. 워싱턴포스트 누리집 갈무리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2019)의 주연 배우 이선균씨의 갑작스런 죽음을 세계 주요 언론들도 신속히 보도하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이씨의 죽음의 배경에 윤석열 정부 이후 강화된 한국의 엄격한 마약 대책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7일 “한국에서 ‘기생충’ 배우가 마약 수사 와중에 숨진 채 발견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씨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이들은 이씨가 “변호인을 통해서 부인한 혐의에 대해 경찰에 의해 반복적으로 심문을 받았다”고 자살 배경을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한 뒤 “한국의 연예 산업계는 마약 남용 스캔들이 빈발하면서 요동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도 이씨가 “주말에 19시간의 심문 등 3차례나 조사를 받아왔다”며 “한국엔 엄격한 마약법이 있고, 마약 범죄는 최소 6개월 형, 상습범이나 판매자에게는 14년 형까지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영국 비비시(BBC) 역시 이씨의 “마약 검사가 음성이나 결론 없이 나왔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경찰은 그가 수사 도중에 죽은 것에 유감을 표했으나, 수사는 ‘동의 하에 이뤄졌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들도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마약 퇴치를 다짐한 뒤 한국 당국은 마약 범죄 수사부서를 확대했고, 경찰 총수는 ‘마약 퇴치 전면전’을 선포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이씨가 최근 마약 관련 수사를 받은 유일한 연예인이 아니라면서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은 마약 혐의로 조사받은 뒤 혐의를 벗었고, 배우 유아인씨는 현재 재판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시엔엔(CNN)은 이씨에 대한 마약 혐의 수사가 시작된 뒤 “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고, 경찰은 그가 몇 차례나 마약을 사용했는지 특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도 이씨가 “불평등 사회를 주제로 하여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인기 배우였다”며 “하지만 최근 마리화나 등 불법 마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촬영 중이던 드라마에서 하차했다”고 전했다.
그밖에 로이터, 에이피(AP), 아에프페(AFP) 등 주요 통신들도 이씨의 작품 세계를 담은 부고 기사를 신속히 전했다. 세계 각국 언론들은 이를 토대로 ‘아카데미 작품상 주연배우 마약 수사 도중 사망’ 등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