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새 총리가 11일 의회에서 총리 선출 투표 뒤 두 손을 들어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다. 바르샤바/AP 연합뉴스
폴란드 의회가 11일 친유럽연합(EU) 성향의 도날트 투스크(66) 전 총리를 새 총리로 선출했다. 총선이 치러진 지 약 2개월 만에 민족주의 성향 우파 정부의 8년 집권을 끝내는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폴란드 하원은 이날 투스크 총리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에서 찬성 248표, 반대 201표로 그의 총리 지명을 통과시켰다. 이날 먼저 실시된 집권 여당 ‘법과 정의당’ 소속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는 부결됐다. 투스크 새 총리는 선출 직후 “오랫동안 우리가 어둠을 물리치고 악을 몰아낼 것이라고 확실하게 믿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며 “내일부터 모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아 누구나 예외 없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투스크 새 총리는 2007~2014년 폴란드 총리를 역임했으며,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지낸 친유럽연합 성향의 정치인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투스크 총리의 선출을 축하하며 “당신의 경험과 유럽의 가치에 대한 강한 헌신이 폴란드 국민에게 이로운, 더 강한 유럽을 만드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투스크 총리 취임을 계기로 폴란드와 유럽연합의 관계는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전임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법원에 대한 정권의 통제를 강화해 유럽연합과 마찰을 빚어왔다. 또 임신중지(낙태)를 사실상 금지하고 성소수자 인권을 방치하는 등 인권 측면에서도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모라비에츠키 전 총리가 이끄는 법과 정의당은 지난 10월15일 실시된 총선에서 35.4%의 득표로 1위를 차지했으나, 30.7% 득표로 2위를 차지한 투스크의 ‘시민연합’ 등 주요 야당이 연정을 거부함에 따라 재집권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여당 성향으로 평가되는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법과 정의당에 정부 구성 기회를 우선 부여하면서 새 정부 출범이 늦어졌다.
투스크 정부의 최대 과제는 법치주의 위반 논란을 부른 사법 구조 개편 문제를 푸는 것이다. 모라비에츠키 정부는 판사 지명권을 하원에 부여하고 대법원에 판사 징계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유럽연합으로부터 법치주의를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유럽연합은 350억유로(약 49조6천억원)에 달하는 폴란드에 대한 팬데믹 복구 기금의 제공을 보류하면서 사법 구조 재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지난 정부 아래서 임명된 판사들과 두다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 때문에 사법 구조를 다시 바꾸는 작업이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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