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선진국이 개도국들의 기후 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기후대응기금 마련 방안엔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기금 규모와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된 내용이 빠져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을 위한 이행위원회가 3~4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서 5차 회의를 열고 기금 구성과 운영에 관한 틀에 합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5일 보도했다. 이 기금을 만든다는 합의는 지난해 11월 6~20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이뤄졌다. 30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당사국총회에서 최종적인 운영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이행위원회의 주요 합의 내용은 세계은행이 앞으로 4년 동안 잠정적으로 기금 운영을 맡고, 선진국들과 주요 개도국이 재원 마련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합의안에 선진국들에 대해서는 기금 출연을 ‘촉구’하고, 다른 나라들에게는 출연을 ‘권고’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는 세계은행을 운영 주체로 하고, 중국이나 중동 산유국 등 주요 개도국도 기금 마련에 기여해야 한다는 선진국들의 주장을 거의 수용한 것이다. 제28차 당사국총회 의장 지명자 술탄 알자베르는 “기후변화의 결과에 영향을 받는 수십억명의 삶이 이번에 권고된 접근법의 채택에 달려 있다”며 “이날 합의된 안은 명료하고 강력하며 (최종) 합의의 길을 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개도국들이 많이 양보했음에도 구체적인 재원 규모와 이 돈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 기후정의 네트워크의 세계 정치 전략 책임자 하르지트 싱은 “부자 나라들이 (기후변화에) 취약한 지역 공동체들에게 등을 돌렸다”면서 “오늘은 기후 정의에 있어 침울한 날”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번) 합의안은 취약한 지역 공동체들이 기후 충격에 대응하고 그들의 삶을 재구축하는 데 요구되는 재정적 필요를 적절하게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빈곤 퇴치 운동 단체 ‘액션에이드’ 미국 지부의 정책과 캠페인 책임자 브랜던 우도 “위원회는 주어진 권한을 이행했지만, 성공과는 거리가 가장 먼 것”이라며 “개도국들은 협상 초기부터 엄청난 유연성을 보여줬지만, 선진국들은 요지부동이었다”고 비판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개도국들이 기후 변화 대응에 필요한 자금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 정도밖에 지원받지 못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는 3000억달러(약 406조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28차 당사국총회에서는 기후대응기금 운영 방안 외에도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각국의 기후 변화 대응 전략 이행 점검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고 가디언이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