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리비아 북동부 도시 데르나의 생존자들이 18일 알사하바 모스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생존자들은 “절망의 도시 데르나는 권리를 요구한다”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당국에 책임을 요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례없는 대홍수로 인해 도탄에 빠진 리비아 북동부 도시 데르나에서 생존자들이 국제 조사를 요구하며 시장 자택에 불을 지르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18일 알자지라, 프랑스24 등은 이날 데르나 이재민 수백명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규탄하며 데르나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랜드마크 알사하바 모스크에 모여들었다고 전했다. 시위대 대표는 성명서를 낭독하며 “빠른 조사와 책임자들의 법적 조처를 원한다”고 말했다. 분노한 생존자들은 모스크 앞 광장에서 “도둑과 배신자들은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 “의회는 폐쇄돼야 한다”고 외치며 절규했다. 일부는 모스크 지붕에 올라가 앉아 정부를 향해 강력 항의했다. 종이에 “댐 붕괴에 대한 국제적 조사가 필요하다”, “절망의 도시 데르나는 권리를 요구한다” 등의 문구를 적어 높이 흔들었다. 39살 주민 타하 미프타는 “정부는 재난 대응에 실패했다는 게 이 시위의 메시지”라며 국제 조사와 국제 감독 하에 재건을 요구했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 만수르는 알자지라에 “댐이 붕괴한 것에 대한 긴급한 조사가 필요하다. 우린 댐 붕괴로 사랑하는 사람들 수천명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리비아 북동부 도시 데르나의 생존자들이 18일 알사하바 모스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생존자들은 분열된 리비아 당국자들에 책임을 요구했다. EPA 연합뉴스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리비아 북동부 도시 데르나의 생존자들이 18일 알사하바 모스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생존자들은 분열과 갈등을 반복해온 리비아 당국에 책임을 요구하며 절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리비아 북동부 도시 데르나의 생존자들이 18일 알사하바 모스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생존자들은 “댐 붕괴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요구한다”고 쓴 손팻말을 들고 리비아 당국에 책임을 요구했다. EPA 연합뉴스
시위대는 오랜 기간 분열과 혼란을 지속한 리비아 당국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리비아에서는 지난 2011년 8월 42년간 철권통치를 하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내전이 계속돼왔다. 정부는 동부와 서부로 갈려 행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고, 이는 동부 도시 데르나의 홍수 피해가 커진 주요 원인이었다. 생존자들은 아길라 살레 리비아 동부 의회 의장을 강력 비판하며 “아길라, 우리는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고 외쳤다. 또한 이들은 데르나에 있는 유엔(UN) 당국자들에게 도시의 재건과 남은 생존자들에 대한 보상을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밤 시위대는 압둘메남 알가이티 데르나 시장의 집에 불을 질렀다. 시장의 사무실 직원은 성난 시위대가 알가이티 시장 집에 불을 질렀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리비아 동부 정권 민간항공부 장관인 히켐 아부 치키왓은 알가이티 시장은 현재 직위 해제된 상태라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우사마 하마드 리비아 동부 행정부 수반이 데르나 시의회 의원 전원을 해임하고 수사를 의뢰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 유엔의 리비아 담당자들은 성명을 내어 “데르나의 감염병 발발이 2차 재난을 가져올 수 있다”고 공식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현지 담당자들은 “오염된 식수와 위생시설의 부족으로 감염병 발발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리비아 당국은 물론 유엔, 적신월사 등 구호작업에 참여한 국제기구들도 혼선을 드러내며 홍수 사망자 숫자를 약 4천명에서 1만1천명 사이 큰 폭의 차이가 있는 수치를 발표하고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