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이란 도덕경찰에 체포됐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망 1주기였던 지난 16일 프랑스 파리시청 청사 앞에 모인 시위대가 “자유 이란”을 외치며 아미니의 사망을 추모했다. AFP 연합뉴스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이란 도덕경찰에 체포된 지 사흘 뒤인 지난해 9월16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망 1주기를 맞아, 이란 곳곳에서 산발적 시위가 이어졌다.
17일 로이터 통신은 이날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란 곳곳에서 진행된 시위 사진과 영상이 게재됐다고 전했다. 이란 서부 하마단에서 시위대가 모여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죽었다”고 외치며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모습의 영상도 있었다. 아미니의 아버지가 체포됐다가 풀려나고 이란 당국의 전방위적인 시위 진압이 계속됐지만, 이란인들의 추모 분위기는 잦아들지 않았다. 쿠르드족인 아미니의 기일인 16일에 쿠르드족이 많이 사는 이란 서부 사케즈, 사난다즈 등에서 많은 이들이 체포됐다. 데페아(dpa) 통신은 이란 보안 당국이 아미니 사망 1주기를 맞아 시위 재발을 막기 위해 대대적 단속을 벌여 260명 이상 체포했다고 이란 개혁주의 신문 샤르그(Shargh)를 인용해 보도했다.
반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아미니 사망 1주기를 맞아 지난해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다 목숨을 잃은 이란 보안군의 가족을 만났다. 이란 북동부에 위치한 도시 마시하드에 지난 14일부터 머물고있는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16일 이곳에서 지난해 11월 시위 진압 중 숨진 바시즈 민병대원들의 가족들을 만났다. 바시즈 민병대는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조직이다. 이란 대통령실은 성명을 내고 라이시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적의 프로젝트의 실패를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에브라임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 15일 반정부 시위 진압 중 사망한 이란 보안군의 유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이란 대통령실 배포 사진. EPA 연합뉴스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이란 도덕경찰에 체포됐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망 1주기였던 지난 16일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스완스톤 거리에 모인 시위대가 이란 대형 국가를 펼치고 행진하며 아미니의 사망을 추모했다. EPA 연합뉴스
세계 곳곳에서는 16일 아미니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영국 런던 트래팔가 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거대한 크기의 이란 국기를 펼치며 아미니를 추모했다. 프랑스 파리시청 청사 앞에도 아미니의 대형 사진을 든 시위대가 “자유 이란”을 외치며 추모집회를 벌였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등에서도 추모 행진이 이어졌다. 미국 백악관 앞에서도 수백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어 “우리 부부는 시위에서 숨진 모든 용감한 이란인을 비롯해 아미니를 기억하는 세계인들에 동참한다. 그의 죽음은 이란과 세계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인 운동인 ‘여성·삶·자유’ 운동에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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