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일 이란 테헤란의 한 상점가 앞을 여성들이 거닐고 있다. 에이피 연합뉴스
이란 정부가 여성에게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새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던 도덕 경찰이 단속을 재개했다.
16일 이란 국영 <이르나>(IRNA) 통신에 따르면, 사이드 몬타제르 알메흐디 이란 경찰청 대변인은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을 단속하고, 지도에 불응하는 사람을 체포하는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 이슬람공화국 규정에 따라 복장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단속하기 위해 도보 또는 차량을 이용한 순찰이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되는 여성은 체포돼 경찰이 운영하는 재교육 시설로 이송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지난해 9월13일 이란의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테헤란에서 지도순찰대에 체포된 뒤 사흘 뒤인 9월16일 의문사한 사건 이후 이란에선 히잡 반대 시위가 거세게 일었다. 수개월간 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약 2만명이 구금됐다.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 이후 현재 시위는 대체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시위를 계기로 한동안 도덕 경찰로 불리는 지도 순찰대가 복장 단속을 하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검찰총장은 “도덕 경찰은 사법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해체되었다”고도 발언한 일도 있었다. 테헤란 시내 중심가에서 여성들이 히잡 없이 자유로운 머리 모양을 하고 걷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히잡 착용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지난 4월 경찰은 히잡 착용 위반자를 식별하기 위한 스마트 감시 카메라까지 동원해 단속했다.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한 여성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카페, 식당, 쇼핑센터도 영업 정지 처분을 받는 등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단속도 늘고 있다.
히잡 단속을 둘러싸고 다시 긴장이 고조되며 테헤란 거리엔 지도 순찰대 차량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고 이날 <에이피>(AP) 통신 등은 전했다. 지난 15일에는 이란의 젊은 배우 모하메드 사데기가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하루 전 한 여성이 지도 순찰대에 체포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재하며 “이런 장면을 본다면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의 자택을 급습해 대중을 선동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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