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를 포기하는 대신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해 전쟁을 끝내자는 나토 고위 관리 발언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스티안 옌센 나토 사무총장 비서실장은 16일 노르웨이 일간 ‘베르덴스 강’과 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포기와 나토 가입을 교환하자는 자신의 발언이 “실수”였다고 사과하면서도 그런 제안은 종전과 관련한 논의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내 언급은 우크라이나의 가능한 미래에 대한 더 큰 논의의 일부였고, 내가 그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며 “내 실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협상이 시작된다면, 영토와 나토 문제는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협상의 필요성을 거듭 시사했다.

그는 “협상할 수 있는 선에 도달하면, 현장의 군사 상황, 누가 어떤 영토를 통제하는지는 이 전쟁의 결과가 어찌될지에 필연적으로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미래에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의 미래를 지키는 신뢰할만한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토 문제를 포함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논의하자는 의미이다.

전날인 15일 옌센 비서실장은 노르웨이 아렌달에서 열린 ‘나토에서 우크라이나의 미래’라는 토론회에서 “한가지 해결책은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포기하고 그 대가로 나토 회원국 자격을 얻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어떤 조건으로 협상을 원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달려있어야만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나토 동맹 회원국들은 18개월 계속되고 있는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 수 있을지를 논의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토론회에서 옌센 실장은 ‘점령지 포기와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교환이 나토의 견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쟁 뒤에 가능한 지위에 대한 논의는 이미 진행 중이라며 러시아에 영토를 넘겨주는 문제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제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런 식으로 돼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며 “그러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고 거듭 말했다.

이에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영토와 나토 가입을 교환한다고? 웃기는 일이다”며 “이는 의도적으로 민주주의의 패배를 선택하고, 세계적인 범죄를 부추기고, 러시아 정권을 보존하고, 국제법을 파괴하고, 전쟁을 다른 세대로 넘기는 것이다”고 격렬히 비난했다. 나토 쪽에서도 대변인이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고, 공정하고 영속적인 평화 달성을 다짐한다”며 “나토의 입장은 명확하고 바뀌지 않았다”고 진화했다.

옌센 비서실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주도하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최측근이다. 이런 옌센 비서실장의 발언은 나토 안팎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